우원식 국회의장은 21일 "다람쥐 쳇바퀴에 머무는 것은 적어도 국민이 바라는 정치는 아니다"라며 "여야 정당이 모두 전당대회를 마치고 새로운 리더십 하에서 성과를 보여야 하는 시간이 왔다는 것도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2대 국회 초반부터 강대강 대치로 꽉 막힌 정국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양당 새 지도부에 '협력 모드'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느 일방의 힘으로는 성과를 만드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진지한 협상의 시간을 만들 과제가 양당 모두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기대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도 대화와 중재, 국회법 절차 등 어느 하나에 묶이지 않고 어떻게든 반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방법, 국민에게 이로운 방향이 무엇인가를 중심에 놓으려 한다"고 취임 후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여야는 이번 국회에서 야당의 법안 단독 처리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반복하며 민생을 챙기지 않는다는 국민적 우려를 낳았다. 이에 대해 우 의장은 "그래도 남는 것은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와 거부권의 도돌이표 문제"라며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오찬회동을 정례화했는데 잘 살려보려고 한다"고 초당적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우 의장은 22대 국회 전반기를 이끌 여야 대표를 향해 뼈있는 조언을 남겼다. 그는 "한동훈 대표가 '민심 이기는 정치는 없다. 국민 눈높이에 반응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기대한다"며 "더불어민주당에는 '태도가 리더십'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25일 예정된 양당 대표 회담에서 길을 찾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화두 중 하나인 채상병 특검법 추진을 두고 여야 입장이 엇갈리는 데 관해선 한 대표가 주장한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띄워 합의를 모색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양당 새 지도부가 25일에 만나 논의한다고 하니 지켜봐야 된다"면서도 "국민 합의 수준은 국회가 나서서 진상을 규명하라는 것이다. 아무 말 않고 넘어가기는 어려우니 여야가 합의해서 방안을 찾는 게 제일 좋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 의장은 국회 파행 여파로 개원식이 아직 열리지 않은 것에 대해 "1987년 개헌 이후 이렇게 시간이 지나가도록 국회 개원식이 열리지 못한 것은 처음"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선 향후 개원식이 열린다면 꼭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사상 최초로 정부 주최 광복절 행사에 불참하면서 비판 여론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선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우 의장은 "헌법 수호 책임과 국회의 중재자 역할이 충돌해 굉장히 고민했다"며 "광복회장을 모욕, 폄훼하는 걸 보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것 아닌가' 생각했다. 헌법을 수호하고 우리 역사에서 한 발 내딛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해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