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서 많이 오른 편은 아니지만, 최근 거래가 가파르게 늘고 호가도 오르고 있어요. ‘자고 일어나니 집값이 올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어요.”
서울 노원구 상계동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거래 문의가 많고 2~3년 사이에 요즘이 가장 잘 되는 것 같다”며 이 같이 말했다.
주택공급 부족 우려와 향후 금리 인하 기대감과 함께 ‘지금이 아니면 사기 어렵다’는 불안 심리까지 맞물리면서 강북권의 구축 아파트에도 매수세가 붙은 결과로 풀이된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서울 집값은 전주 대비 0.32% 오르면서 21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9년 12월(0.86%) 이후 55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서울 전역 집값이 모두 치솟은 가운데 그간 집값 상승세에서 소외되다시피 하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도 큰 폭으로 올랐다. 노원구는 전주 대비 0.16%, 도봉구는 0.12%, 강북구는 0.19% 상승했다.
신고가 거래도 쏟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매수세가 확산하면서 구축·비역세권 등 선호도가 낮은 아파트의 거래도 활성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상계동 '한일유앤아이' 전용 114㎡는 지난 10일 10억4000만원에 매매거래가 이뤄졌다. 2021년 기록한 신고가(8억9800만원)보다 1억원 넘게 오른 금액이다. 상계동 '상계주공3단지' 전용 84㎡도 지난 1일 기존 최고가 대비 5700만원 오른 10억4700만원에 손바뀜됐다.
도봉구에서는 창동 '창동신도브래뉴1차' 전용 121㎡가 지난 12일 10억1000만원(15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전 최고가는 2020년 기록한 8억9900만원(19층)이었다.
상계동 B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서울 부동산 시장을 주도한 ‘강남 3구’와 ‘마용성’의 아파트 매물이 줄어들고 가격 상승폭이 가팔라지면서 매수인들이 준상급지 및 외곽 지역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매수 심리를 자극해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직방이 국토부 아파트 매매를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 상승거래 비중이 절반이 넘는 자치구는 5월 서초구·강남구·성동구·금천구 등 4곳에 불과했으나 6월 14곳, 7월 17곳으로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 거래가 불붙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945건으로 집계돼 지난 6월(7479건) 이후 2개월 연속 7000건을 넘어섰다. 2020년 7월(1만1170건) 이후 4년 만의 최대치다. 7월 거래분의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임을 고려하면 8000건을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
서울 외곽지역인 노도강의 거래량 증가가 특히 눈에 띈다. 7월 노원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58건으로 전달(443건) 대비 48.5% 늘었다. 같은 기간 도봉구는 28.9% 늘어난 223건, 강북구는 26.4% 늘어난 129건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주택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는다는 시장 불안감이 여전해 당분간 매수 수요가 서울 외곽지역을 넘어 수도권까지 번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계부채 증가로 정부가 최근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대출 '막차' 수요가 유입되는 점도 집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강남3구 등 최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시장의 온기가 점차 외곽으로 퍼지고 있다"며 "8·8 부동산 대책이 중장기적 대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더욱 확실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상승세는 서울 외곽을 넘어 수도권으로도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앞두고 은행권 전반에 걸쳐 대출 문턱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있는 만큼 한도가 줄어들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는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