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국방부 장관과 국가안보실장 등 외교·안보 라인을 재편한 것은 최근 북한의 도발, 북·러 협력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응하고, 정부 출범 후 발전한 한·미 관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1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외교·안보 방안에 관해 숙고한 후 이달 초 여름휴가 기간 이번 구상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김용현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대선 경선 때부터 캠프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자문 역할을 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는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하면서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작업을 주도했다.
특히 정부 출범 이후에는 초대 대통령경호처장으로 2년 넘게 윤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한 만큼 군 통수권자의 외교·안보 구상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김 후보자는 이날 인사 브리핑에서 "지금 국내외 안보 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며 "안보가 곧 경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통수권자이신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강력한 힘을 기초로 한 확고한 안보 태세를 구축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가 경제 발전은 물론 민생의 안정에도 기여토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원식 신임 국가안보실장은 국방 정책과 전략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지난해 10월 국방부 장관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주장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응징한다는 원칙을 천명해 왔다. 김용현 후보자와는 육군사관학교 1기수 선배다.
또 신 실장은 국회의원을 역임하는 과정에서 여러 대외 활동을 통해 외교·안보 사안에 대한 이해가 깊고, 소통 능력도 뛰어나다는 점을 인정받아 신임 안보실장으로 중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윤 대통령은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신설하고,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을 내정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변화하는 외교·안보 환경에 대한 이슈에 대응하고, 적시에 현장에서 해결할 역할을 맡을 적임자로 판단했다.
장 신임 특보는 러시아 관련 전문성을 인정받아 윤석열 정부 초대 주러시아 대사로 부임했고, 지난해 4월 외교부 1차관으로 임명된 후 그해 12월부터 안보실장을 맡았다.
한편 이번 인선 중 김 후보자에 대한 지명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회전문 인사의 극치이자 인사 만행"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지명은 순직해병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 의혹의 진상을 끝까지 은폐하겠다는 불통의 선언이자 특검을 바라는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항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용현 경호처장은 김규현 변호사가 공개한 녹취록을 통해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의 배후'로 지목됐다"면서 "심지어 수사자료 회수가 이뤄지는 동안 이종섭 전 장관과 수차례 연락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