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가장 오래된 역사와 큰 규모를 자랑하는 히스패닉·라틴계 단체가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9일(현지시간) 선언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돌풍'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 더힐 등에 따르면 미국 내 최대 라틴계 단체인 라틴아메리카시민연맹(LULAC)의 팩(PAC·정치활동위원회)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과 그의 러닝메이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지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창립 이래 95년 동안 후보를 공식 지지한 적이 없다.
LULAC 팩 회장인 도밍고 가르시아는 성명에서 "해리스는 경력 전반에 걸쳐 정의, 평등, 포용을 향한 헌신을 보여줬다"며 "이는 라틴계 커뮤니티에 깊은 공감을 불러오고, 우리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히스패닉들은 미국 내 라틴계에 대한 인종 차별에 대응하기 위해 이 단체를 1929년 시카고에 설립했다. 창립 이래 이 단체는 미국 내 히스패닉계의 경제적 여건과 교육 수준, 정치적 영향력, 건강권 향상 등을 목표로 삼고 활동해 왔다. 회원 수가 14만여 명에 달하는 이 단체는 미국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채 초당파성을 유지하려 노력해 왔다.
이번 LULAC의 지지 선언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해리스 부통령이 전국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지지율에서 우위를 보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나온 터라 더 고무적이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지난 2~7일 미국 성인 2045명을 상대로 조사해 8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42%의 지지율로 37%를 기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5%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주요 외신들은 LULAC의 지지 선언이 해리스 부통령의 9일 애리조나주, 10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유세를 앞둔 시점에 나온 점에 주목했다. 두 지역은 라틴계 인구가 밀집한 곳이다. 향후 LULAC은 주요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조지아주, 애리조나주, 네바다주, 위스콘신주 등에서 라틴계 유권자들을 동원해 해리스 지지 운동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라틴계 유권자 사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각각 36% 동률이었다. 지난 2020년 대선 때는 라틴계 유권자의 61%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고 36%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투표했던 것과 달리 차이가 좁혀진 셈이다. 이에 민주당은 후보 교체 이후 라틴계 표심을 되찾길 기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