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집단에너지 사업은 대규모 반도체 단지 운영을 위해 민관이 협력해 전기와 스팀을 공급하는 첫 사례다. 집단에너지 공급을 통해 SK하이닉스는 클린룸 항온·항습과 반도체 설비 가동에 필요한 스팀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오는 11월 출범하는 SK E&S와 SK이노베이션 합병법인의 안정적인 매출·수익원 역할도 할 것으로 예측된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SK E&S와 한국중부발전이 공동 추진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집단에너지 사업'을 허가했다. 집단에너지는 전력 생산과 지역난방 등 열·스팀 공급 설비를 모두 갖춘 발전소이며 주로 대규모 산업단지와 신도시에 구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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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업으로 국내 1위 민간 LNG 사업자인 SK E&S는 현재 운영 중인 5GW 규모 LNG 발전소에 이어 1GW급 발전소에 LNG를 공급하게 될 전망이다.
SK E&S와 중부발전이 구축하는 집단에너지 시설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설립되는 SK하이닉스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에 필요한 열·스팀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며 연간 1600만톤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매일 약 60만가구에 안정적으로 지역난방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SK E&S는 집단에너지 사업에 특화된 역량을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LNG를 공급해 SK하이닉스를 포함해 용인 클러스터에 입주한 기업에 저렴하게 스팀을 공급하고, 중부발전은 기존 발전소 운영 노하우를 활용해 원활한 사업 운영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약 9조4000억원을 투자해 첫 번째 팹과 부대시설을 내년 3월 착공해 2027년 5월 준공할 계획이다. 이후 2~4팹도 순차적으로 건설한다.
반도체 생산 공정은 24시간 항온·항습을 유지하기 위한 안정적인 열·스팀 공급이 필요하다. 팹은 온도가 1도만 내려가도 생산이 전면 중단되는데, 공장 가동이 약 2분간 중단되면 100억원가량 손실이 발생한다.
집단에너지 시설은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버리지 않고 스팀과 온수 생산에 재활용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집단에너지 시설이 들어서면서 보일러를 통한 기존 열·스팀 생산방식에 비해 열 생산원가는 약 15%, 에너지 소비량은 26%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용인 클러스터 운영을 위한 전기가 부족한 상황은 아니지만 서해·동해 발전단지에서 용인 클러스터로 전기를 공급하는 대규모 송전시설 건설 부담도 일부 덜 수 있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SK이노베이션과 합병을 앞둔 SK E&S의 추가 수익 확보에도 많은 보탬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신도시 집단에너지 시설은 대부분 열·스팀 수요가 겨울철에 집중되는 반면 반도체 산업단지는 계절에 상관없이 열·스팀 수요가 일정해서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SK E&S가 호주 등에서 공수한 LNG를 활용해 연료비 절감과 합병법인의 LNG 수요 확대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지난 7일 기업설명회에서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집단에너지 사업과 보령 수소 혼소 발전 사업, 유럽·동남아 등 추가 수요 확대 상황을 고려할 때 전체 발전설비 규모는 8GW 이상, LNG 1000만톤 규모까지 확대해 SK E&S LNG 밸류체인의 원가·운영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