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도입 4년 차를 맞은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폐지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토교통부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임대차 2법'을 전셋값 급등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폐지론에 불을 지피면서다.
임대차 2법 폐지론에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세입자 주거 안정이라는 도입 목적과 달리 임대차 2법이 주거 안정을 오히려 훼손하는 부작용이 있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미 시장에 제도가 정착한 만큼 폐지보다는 문제가 있는 부분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전세 물량이 4년간 묶이면서 공급 부족과 함께 가격 급등이 나타났다"며 "제도가 유지되는 한 신규 계약을 맺으면서 전세금을 크게 올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취지와 달리 도입 이후 오히려 시장의 자율성이 훼손되면서 혼란스러운 가격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민간임대주택 공급 위축까지도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제도를 폐지하게 되면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지금처럼 전셋값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시장 불안을 키워 가격 변동성만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근 전셋값 상승 우려가 큰 상황에서 폐지를 해야 하는 명분도 부족하고 현실적으로도 어렵다"며 "시장이 법 시행 이후 안정화된 상황에서 다시 변화를 준다면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법은 유지하면서 임대인을 대상으로 혜택과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폐지보다는 개선이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며 "세입자 보호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계약갱신청구권은 유지하되, 역전세 가능성과 재산권 침해 부작용 완화를 위해 전월세상한제는 각 지자체별로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대차2법 폐지가 정부 의견처럼 전셋값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전셋값 상승은 임대차2법 이외에도 주택 공급 부족, 대출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송 대표는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하락했던 시기도 존재해 해당 법이 전셋값을 직접 올렸다는 증거는 없다"며 "지금의 전셋값 상승은 다양한 원인이 혼재된 영향이기 때문에 폐지가 곧바로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임대차 2법이 국민의 삶과 밀접한 문제인 만큼 폐지 여부와 상관없이 향후 논의 과정에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에서 임대 시장은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이라며 "폐지든 유지든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