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 이상 치솟고 있는 가운데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4년을 맞이하면서 전세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년+2년’의 전세 만기가 다가오면서 그간 전세 갱신계약에서 5% 상한선에 묶였던 임대인들이 신규 계약 시 전셋값을 시세 수준으로 올리면 전셋값 급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7월 다섯째주(지난달 29일 기준)에 전주 대비 0.17% 올라 1년 2개월 연속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말로 4년차를 맞이한 ‘임대차 2법’ 폐지 검토를 언급한 것도 전셋값을 상승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계약 갱신이 만료가 되는 물건들이 나오게 되면서 4년치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셋값이 오르면 매매가의 하방지지선 역할을 하면서 매매가격까지 오르는 효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계약만기가 도래하는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계약갱신요구권 만기가 예정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건수는 지난달만 4786가구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달 거래된 서울 전체 아파트 전·월세 거래 건수(1만2773가구) 대비 37.4% 수준이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임대차 2법으로 인해 지난 4년 동안 임대료를 시세만큼 올리지 못한 임대인이 신규 임대차 계약을 통해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려 전·월세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공급 부족과 주거비 불안으로부터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임대차 2법을 도입했으나 시장에서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한다. ‘2년+2년’ 갱신계약으로 전세 물량이 잠기게 되면서 전셋값을 끌어올리며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됐다는 의견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부정적인 인식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시행 4년이 지나 제도가 자리잡은 데다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제도 폐지가 전세 시장 불안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소야대 정국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정부가 임대차 2법 폐지로 가닥을 잡는다고 해도 입법 사항인 만큼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이전 정부와 차별화를 위해 무리하게 임대차 2법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