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 여파로 이커머스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불신이 업계 전반에 확산되며 재무 건전성을 갖춘 기업엔 판매자와 소비자가 몰리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것이란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티메프 사태로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자금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판매자와 소비자가 이커머스를 선택하는 기준이 단순 품질을 넘어, 기업의 재무상태 등도 고려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네이버의 빠른정산 서비스는 배송 시작 이튿날, 결제 후 약 3일 만에 대금의 100%를 정산하는 무료 서비스다. 소비자가 ‘구매 확정’을 하기도 전에 대금을 먼저 지급하기 때문에 3일 이내 정산이 가능한 것.
쿠팡은 현재 주 정산과 월 정산 등 두 가지를 동시에 이용하고 있다. 주 정산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출을 기준으로 15영업일이 지난 후 70%를 정산하고 두 달 후 나머지 30%를 준다. 이외에도 G마켓과 옥션, 11번가 등은 매출이 잡히면 2일 안에 모든 정산을 완료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플랫폼 업체들은 정산 주기를 앞당기거나 해명 자료를 내며 소비자와 셀러 달래기에 나섰다.
요기요는 이번 사태가 발생하자 정산 주기를 기존 일주일에서 하루로 당겼다. 11번가는 판매자들에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발송 완료 다음 날 정산 예정금액 100%를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가입기간 3개월 이상’과 같은 조건을 충족한 판매자라면 해당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패션 및 명품 플랫폼도 티메프 사건과 관련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분주하다. 무신사는 최근 뉴스룸을 통해 “최근 이커머스 시장에서 불거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자사는 안전한 쇼핑 환경을 제공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재무 상황과 관련해 “무신사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4200억원, 자본총계도 6800억원가량”이라며 “PG(결제대행업체) 자회사를 둔 국내 이커머스 업체 중 단기 상환 가능한 현금 비중은 86%로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무신사 지난해 매출은 993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종합몰 이커머스 업체 중 11번가(8654억원)를 넘어선 수준이다. 무신사 자본총계는 6803억원이며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지난해 말 기준 4200억원을 기록했다.
무신사는 또 “입점 브랜드 정산 주기는 평균 25일(최소 10일)이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판매대금 정산이 지연된 적이 없다”며 “안전한 거래를 위한 결제대금보호서비스(에스크로)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명품 플랫폼 발란도 최형준 COO(운영총괄)가 직접 나섰다. 최 COO는 ‘정산 및 자금 관리 관련 공지’를 통해 “최근 한 이커머스사 정산 지연 사태로 파트너들께서 우려하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작년 4분기 흑자전환 이후 연속흑자,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한 매출 증가를 통해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파트너들에게 안심하고 판매하실 수 있도록 안정적인 재무 상태와 제반 사항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머스트잇 역시 안정적인 정산 시스템으로 14년 동안 단 한 차례의 정산금액 오류나 정산 지급 보류 이력이 없고, 정산 전용 예금 계좌를 통해 매일 전담 인력이 입출금 확인, 잔액 대조 등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네이버의 경우 이제 대기업집단에 속할 만큼의 규모의 경제와 빠른 정산 시스템 등을 갖춘 덕에 셀러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며 “오픈마켓 경쟁 시대는 사실상 저물고 쿠팡의 독주 체제 고착화, 네이버 쇼핑과 소수의 버티컬 플랫폼들이 이커머스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