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2021년 26%가량 올랐다가 고점 대비 17% 추락한 영향이다. 한국 집값은 대출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3년간 고금리 상황이 이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24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 주거용 부동산 가격지수는 지난해 4분기 기준 109.3(2010년=100)이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집값이 2010년과 비교해 9.3% 올랐다는 의미다. 세계 평균(123.0)은 물론 선진국 평균(132.3), 개발도상국 평균(115.9)보다 낮았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론 108.4까지 낮아졌다. 한국 실질 주택 가격지수는 지난 2017년 1분기 말 103.7로 바닥을 찍고 반등해 2021년 4분기 126.1까지 올랐다가 차츰 하락세를 나타냈다. 1분기 수치는 현재 23개국만 집계된 상태다.
2010년 대비 실질 주택가격 상승률 2위는 칠레 98.7%였고 아이슬란드(98%), 에스토니아(89.9%), 이스라엘(78.0%) 등의 순이었다. 반면 러시아(66.4)는 59개국 중 가격지수가 가장 낮았고, 이탈리아(71.5), 루마니아(74.2), 키프로스(79.2), 모로코(80.9) 등이 뒤를 이었다.
명목 주택 가격지수로 따져봐도 한국의 집값 상승률은 낮은 수준이었다. 한국의 명목 주거용 부동산 가격지수는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142.9로 집계됐다. BIS 자료에 포함된 59개국 중 48위에 해당된다. 세계 평균(190.2), 선진국 평균(178.2), 개발도상국 평균(202.6)보다 한참 낮다.
한국의 명목 주택 가격지수 코로나 직전인 2019년 3분기 121.7을 기록한 뒤 가파르게 상승해 2022년 3분기 말 154.1까지 치솟았다.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뒤 올해 1분기 말(142.5)까지 6분기 연속 내렸다.
2020년 각국은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돈을 풀었고 자산가격은 치솟았다. 한국 역시 풍부한 유동성에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까지 겹치며 아시아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주택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경제성장의 둔화와 불확실성의 심화로 풍부한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이는 부동산으로 유입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고 해석했다.
주택 가격이 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접어든 시기는 한은이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3.0%포인트 올린 뒤 지금까지 12차례 연속 동결을 이어간 때와 맞물린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금융 정책 규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 하반기 기준금리 하락 기대가 커지면서 최근 집값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2021년 수준 만큼 열기가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15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11월(116) 이후 최고치다. 이 지수는 1년 후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본 응답자가 많으면 100을 웃돈다.
라이언 닐라드리 바너지 BI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비용: 디스인플레이션의 마지막 장애물인가'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은 최근 최고점에서 하락했지만 주택 비용 상승은 여전히 높다"며 "이는 주택 공급과 수요에 팬데믹이 야기한 변화가 장기적인 주택 부족과 인구 통계학적 경향을 더욱 악화시켰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주택 관련 인플레이션의 강력한 성장은 다른 서비스와 상품 관련 구성 요소보다 더 지속적이기 때문에 통화 정책에 대한 우려를 야기할 수 있다"며 "주택 비용의 높은 지속성은 통화 정책의 민감도를 낮출 수 있으며 이는 더 강력한 정책 긴축을 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