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쓸데있는 금융백과] 예금자보호한도 상향해야 하나요?

2024-07-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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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한도 인상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5건 계류 중

"한국 경제 성장 맞춰 금융소비자 신뢰 제고해야"

실효성 논란 계속···한도 올려도 수혜 예금자 1%뿐

뱅크런 예방 효과 작고 예보료 부담 전가 우려도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10월 이후 일단락됐던 예금자보호한도 논의에 다시 불이 붙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24년째 멈춰 있는 보호한도를 상향해야 한다고 여야가 모두 안건을 올리면서입니다. 한국 경제가 성장한 만큼 보호한도도 높아져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2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 내 계류 중인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12건 가운데 5건이 예금자보호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 이상의 범위로 상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대표 발의),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대표 발의)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안건을 올린 것이 눈에 띕니다.

예금자보호한도는 은행, 보험,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가 파산하거나 영업을 중단해 고객에게 예금을 돌려줄 수 없을 때 예금보험공사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의 일부 또는 전액을 대신 돌려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예보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보험료 형식으로 납부받아 마련한 기금을 통해 운영됩니다. 예금자보호법은 지난 1995년 12월 처음으로 제정됐으며, 이듬해에는 이 법에 따라 예보가 설립됐습니다. 설립 당시 보호한도는 은행 대상 2000만원이었습니다. 하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2001년 1월 현재의 보호한도인 5000만원까지 확대됐습니다.

정치권에서 보호한도를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경제의 성장입니다. 지난 2001년 보호한도가 5000만원으로 정해진 이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01년 1482만원에서 지난해 4405만원으로 약 3배 뛰었고, 부보예금 총액은 같은 기간 426조원에서 2947조원으로 6.9배 증가했습니다.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금융소비자를 위한 신뢰 제고 차원에서라도 보호한도 상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은 예금자보호한도 비율이 1.16배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45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중국, 러시아 등 신흥국 경제 연합체인 브릭스(BRICS)가 4.57배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차이가 벌어집니다. 이런 이유로 국회 내에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큼 실효성이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금융당국은 당장 지난해 보호한도 적정 수준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의논한 결과, 보호한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바 있습니다. 이미 예금자 중 98.1%가 예금자보호법의 보호를 받고 있는 데다, 보호한도를 상향한다고 해도 추가로 보호할 수 있는 예금자가 1.2%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추후 발생할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아울러 과거부터 보호한도 설정은 예금자들에게 신뢰를 주고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을 예방하는 장치로서 작동했지만, 현대 사회에선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과거와 달리 은행을 찾지 않아도 온라인에서 곧장 예금 인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뱅크런 예방 효과가 사실상 미미하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보호한도는 25만 달러(약 3억4600만원)이지만, 지난해 미국 내 벤처기업의 돈줄로 불리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당시 25만 달러 이하 예금의 디지털 뱅크런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보호한도 상향이 결국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더욱 키울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보호한도 상향 시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부보금융기관들의 부담이 커지게 되고, 이런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올해 보고서를 통해 보호한도 상향 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으로의 자금이동 △고위험 투자 확대·부실 발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예보료율 인상과 여타 업권으로의 부담 전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펼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보료 부담이 커지면 예금 금리 인하, 대출 금리 인상 등의 형태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면서 "또 더 많은 자금을 보호해야 하는 금융사 입장에선 리스크 관리를 위해 더욱 많은 자원을 투입하거나 대출 심사 강화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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