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호조를 보이는 수출은 관세 장벽 등 장애물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강(强)달러와 인플레이션 심화로 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살피는 한국은행 손발이 묶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2원 오른 1382.8원(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에 장을 마감했다. 안전 자산인 달러로 수요가 쏠린 영향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능성 고조가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마저 누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이 확실해질수록 원화 가치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본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역시 대규모 감세와 경기 부양책을 펼 공산이 커 재정 적자가 심화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 국채 금리 상승→국채 투자 수요 증가→달러화 강세→원화 약세' 수순을 밟게 된다.
간신히 잦아들고 있는 인플레이션 리스크도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블룸버그는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과 무역 장벽을 더 높이는 탈세계화 행보로 미국 내 물가가 재반등하고 이에 따라 달러 강세와 국채 금리 상승이 지속되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약한 대로 관세를 부과한다면 2년 후 미국 소비자물가가 2.5%포인트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뉴욕사무소장은 "이번 (트럼프 피격) 사건은 금융시장에 변동성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장기 국채 금리 변동성 확대와 달러화 강세로 안전 자산인 엔화를 제외한 아시아 지역 통화의 상대적 약세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경제 정책 방향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향후 과제"라고 강조했다.
내수 부진 속에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 중인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낄 수 있다. 자국 산업 보호를 앞세우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관세 확대와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지원 축소 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특히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우리나라를 향한 압박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1997년 이후 미국을 상대로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444억24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대미 수출액은 전년 대비 16.8% 증가한 643억 달러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세계 경제 분절화에 따른 한국 경제 충격 수준 분석'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 재선 때는 수출이 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트럼프 당선 시 10% 이상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정책 전환을 위해 차선 변경 깜빡이를 켠 한은도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트럼프가 내세운 정책들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면서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늦출 가능성 때문이다. 임재균 KB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점점 높아지는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은 반갑지 않은 상황"이라며 "오는 25일 발표되는 2분기 성장률이 부진하면 (8월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개진될 수 있지만 환율을 고려하면 실제 인하는 11월에나 단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