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에서 유학하다 방학을 맞아 A380편으로 귀국한 대학원생 이리나씨(29)는 갈수록 오르는 환율에 마음이 무겁다. 이씨 부모도 고심하고 있다. 곧 학비를 송금해야 하는데 지난해보다 600만원가량 더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씨 아버지는 "수입이 뻔한데 학업을 중단하라고 할 수도 없어 마이너스 대출을 추가로 받을 계획"이라며 "오르는 환율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1~6월 원·달러 평균 환율은 1349.50원이다. 반기 기준 △1998년 상반기 1498.98원 △2009년 상반기 1350.93원에 이어 사상 세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A380을 운영하는 항공사도 환율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4%, 17% 하락할 전망이다. 엔데믹 전환에 올해 1~5월 국제선 여객 수는 지난해보다 48.6% 급증했지만 실적은 악화됐다. 대한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27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 달러로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역시 무풍지대는 아니다. 환율이 오르면 매출 증가 효과를 누리지만 원자재 가격도 덩달아 오른다. 올 상반기 수입액은 3117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6.5% 감소했다. 기업들이 고환율을 피하기 위해 수입을 늦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