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표 기업 화웨이가 중국의 한 중학교 시험지를 도배했다. 시험지에는 화웨이 로고는 물론 회사 성과 등이 설명되어 있고, 다수의 관련 문제가 출제됐다. 미·중 갈등의 상징이던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2021년 캐나다에서 석방돼 귀국했던 사건까지 소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온라인상에서는 학생들에게 '애국주의'를 주입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펑파이에 따르면 최근 학부모 A씨는 웨이보(중국 소셜미디어)를 통해 청저우시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졸업시험 지리 시험 문제로 화웨이 관련 문제가 다수 출제됐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장부터는 객관식 문제가 나열되어 있는데, 이 중 두 개가 화웨이 관련 문제다. 화웨이 본사가 위치한 선전시 위도·경도와 화웨이 일본 연구소 주소로 알맞은 답을 골라야 한다. 지리 시험임을 감안한 문제다.
다음 장에 있는 단답형 문제는 화웨이가 지난해 12월 출시해 대박을 터트린 ‘M9’ 등 화웨이의 전기차 분야 성과와 스마트폰, 통신 분야 성과 등에 대한 설명이 있고 이를 토대로 문제를 푸는 식이다.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문제는 화웨이 창업주의 딸 멍완저우 부회장이 캐나다에서 귀환한 날과 관련된 문제다. 이 문제 오른쪽 면에는 멍완저우가 캐나다 벤쿠버에서 중국으로 귀국한 루트를 표시해 놓은 세계 지도가 있고, 왼쪽에는 멍완저우가 당시 한 발언이 다음과 같이 제시되어 있다.
“억류된 지 1030일 만에 조국에 돌아온 멍완저우 여사는 ‘조국 모친’ 생일(10월 1일 중국 국경절)을 미리 축하한다면서 오성홍기가 있는 곳에는 신념의 등대가 있다. 신념에도 색깔이 있다면 분명 중국홍(中國紅·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갈등으로 캐나다에 억류됐던 멍완저우가 석방돼 중국으로 귀환한 사건은 중국에서 애국주의 물결을 한껏 고조시킨 사건이다. 당시 중앙방송(CCTV)과 인민일보 등 중국 주요 매체는 멍완저우의 도착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중계했고, 웨이보 등 중국 소셜미디어는 멍완저우 귀환 관련 키워드로 도배됐었다.
현재 청저우시 중학교가 왜 이 같은 문제를 출제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펑파이에 따르면 청저우시 교육부는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리지만 대부분 너무 과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애국주의’ ‘애국소비’ 열풍의 중심에 있는 화웨이를 아이들에게 주입해 애국정신을 고취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험생이라는 한 네티즌은 "국가적 자신감을 높이는 차원에서 시험에 기업 관련 문제가 몇 개 나올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 문제들은 지나치게 주관적인 감정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에 있는 학생들에게 세뇌를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화웨이 외에도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굴지의 기업들이 학교 시험 문제로 출제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IT즈자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의 하이브리드 기술과 전기차에 관련된 문제가 한 학교의 물리시험에 출제됐었고, 올해 초 출시된 샤오미의 첫 전기차 ‘SU7’ 관련 문제도 고등학교 3학년 수학과 정치 시험에 등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