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26일 탈북민 고문피해자들을 전날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정광일 노체인 대표, 박광일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 대표 등 탈북민 피해자 5명은 자리에 참석해 자신들의 경험을 털어놨다. 피해자 일부는 현재까지도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사망자들의 시신 역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북한 무역성 조선평양무역회사의 청진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정 대표는 무역을 하면서 한국인을 만났다는 이유로 국가안전보위부에 체포됐다. 그는 "보위부에서 간첩혐의 자백을 강요받으며 전기고문, 물고문, 비둘기 고문 등을 당했다"며 "각목으로 얼굴을 구타당해 아랫니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당시 함께 수감 중이던 한 노동자가 오랜 고문으로 지하감방에서 사망하자 "아무런 절차도 없이 시체를 보일러 화구에 넣어 소각하는 것을 목격했다"고도 진술했다.
박 대표는 한국 드라마 '모래시계'를 시청했다가 단속을 피해 중국으로 탈북하는 과정에서 보위부에 끌려갔다. 구타와 매질을 포함한 혹독한 고문에 시달린 그는 "후유증으로 혈액암(만성골수백혈병), 12개의 치아 훼손, 척추 추간판탈출증 등을 진단받았다"고 했다.
탈북민 A씨는 중국에서 한시적으로 체류하던 중 남한 친척과 통화를 한 사실이 적발돼 중국에서 강제 북송됐다. A씨는 "모진 고문으로 사망한 남편의 시체는 길가에 버려져 찾지도 못했다"며 "치아가 전부 소실되고 갈비뼈가 부러졌으며 한국에서 지체장애(척추신경마비)를 판정받았다"고 증언했다.
고문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국제법상 반인도범죄 행위다. 고문방지협약 등의 국제인권규범은 그 누구도 고문 혹은 비인도적·굴욕적 대우나 처벌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종석 통일부 인권인도실장은 "북한 당국은 이제라도 주민들에 대한 광범위한 고문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해 주민들의 기본적인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 및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오는 11월 북한의 유엔 인권이사회 보편적 정례 인권 검토(UPR) 수검을 계기로 국제사회가 함께 나서 북한의 고문방지협약 가입을 촉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통일부는 북한인권기록센터를 중심으로 인권 침해 기록을 축적하며 책임 규명을 대비하고 있다. 아울러 '하나원 마음쉼터'를 개소해 탈북민에게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트라우마 치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들의 사회 정착을 도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