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상위 증권사들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에 발맞춰 수백억원을 투자해 자체 금투세 전산시스템 개발에 나선 가운데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증권사들이 금투세 시행으로 고객들을 대형 증권사에 대거 뺏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금투세 원천징수 시스템 개발을 위해 태스크포스(TF) 팀을 운영, 수백억원을 투자해 시스템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A사의 경우 1단계 준비에만 70억원을 투자했다. 총 130억~140억원의 투자 계획을 세웠다. B증권사는 1단계 투자에 약 140억원을 쏟아부었다. 투자자들이 HTS나 MTS를 통해 수익에 따라 세금을 얼마나 내게 되는지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 상위 15위권에 해당하는 대형사들은 이미 1단계 투자를 마친 상황"이라며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확대를 위한 물밑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 10위권 이내 증권사들은 100억~150억원 정도의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위권 이후 중대형 증권사들은 전산개발 비용에 약 50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금투세는 전체 금융 자산에 대해 종합 과세한다. 때문에 여러 계좌를 갖고 있을 경우 얼마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지 계산이 복잡해진다. 지금까지 여러 증권사를 동시에 이용하던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증권사 계좌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세금 예측에 유리해진다.
상위권 증권사들은 자체 전산 시스템 개발을 통해 금투세 관련 서비스를 강화해 리테일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일 계획이다. 브로커리지(위탁 매매) 수수료 비중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용도 계속 늘고 있어 투자 대비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브로커리지 수익을 생각하면 증권사의 전산 개발 투입 비용은 상쇄되는 수준”이라며 “증권사들의 고객 유치 마케팅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형사들이 물밑 경쟁을 벌이는 사이 중소형 증권사들은 얼마 없던 리테일 부문 고객을 대형사에 모두 뺏기는 것 아닌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시스템 구축 비용이 부담스러운 이들은 코스콤의 금투세 시스템을 이용할 예정이다. 코스콤은 기존 파워베이스 시스템 고객사인 15개 증권사와 외국계 16개 증권사들이 금투세 시스템을 이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소형 증권사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반기별로 세금 납부를 하고 원천징수 원칙에 따라 필요 시 증권사는 투자자의 인출제한을 할 수 있다”며 “대형 증권사들이 시장을 독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