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 소속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손흥민을 향한 인종 차별에 대해 구단 측이 미온적인 태도로 팬들의 화를 돋우고 있다.
국내 한 축구 팬은 지난 18일 토트넘 홋스퍼 구단으로부터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관련 발언에 대해 문의한 답변 내용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구단은 "긍정적인 결과를 위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며 모든 선수와 스태프들에게 우리의 다양성, 동등함, 포용 목표에 부합하는 교육을 제공할 것이다. 어떤 형태의 차별도 우리 구단이나 우리의 사회 내에 있을 수 없으며 이에 영향을 받은 어떤 선수라도 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한국의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이번 일은 손흥민뿐만 아니라 아시아인 전체를 모독하는 발언이라며 EPL 사무국과 토트넘 포함 EPL 전 구단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서 교수는 "이번 메일에서는 '토트넘 구단은 벤탄쿠르에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만 하며, 이를 계기로 EPL(프리미어리그) 모든 구단에서 다시는 인종차별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 "전 세계 축구 팬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명확한 후속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 어서 빨리 현명한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EPL 사무국 및 토트넘 등에서 선수에 대한 신속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FIFA(국제축구연맹)에도 고발할 예정이다.
영국 BBC는 앞서 15일(한국시간) 벤탄쿠르가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농담을 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벤탄쿠르는 조국 우루과이 방송에 출연해 진행자가 "네 유니폼은 이미 가지고 있으니 한국인 유니폼을 가져다줄 수 있냐"고 묻자, "쏘니(손흥민) 사촌 거는 어떤가. 어차피 걔네 다 똑같이 생겼다"고 받아쳤다.
이는 아시아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식의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많은 축구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벤탄쿠르는 평소 손흥민과 절친한 관계로도 유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벤탄쿠르는 인스타그램에 곧바로 사과문을 작성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가 손흥민의 별명인 쏘니(Sonny)를 'Sony'로 표기하는가 하면, 해당 사과문을 게시물이 아닌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으로 공유, 24시간 동안만 노출되도록 해 진정성을 의심 받았다.
토트넘은 그런 와중에 18일 공개된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일정을 공개하는 게시물을 업로드하기만 했다.
토트넘 사정에 능통한 기자 오키프는 이날 토트넘 팬이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에 대해 토트넘이 왜 반응이 없냐는 질문에 "모두가 휴가를 떠나서 그렇다"며 "그들이 돌아와도 그들이 발표할지는 의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토트넘은 한 국내 팬의 문의에 일단 응답했는데, 이마저도 사실 확인에 그쳤을 뿐 구단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그냥 지나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토트넘은 오는 7월 중순 일본과 한국 프리시즌 투어가 잡혀 있다. 7월 31일 오후 8시, 8월 3일 오후 8시 한국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프리시즌 2경기를 치른다.
이번 인종차별 이슈에 대해 토트넘이 미온적인 태도로 대응하면서 국내 축구 팬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