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낸드플래시 제조사 키옥시아가 채권 은행으로부터 신규 투자를 받으며 인위적인 낸드 증산에 나섰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 가격 상승이라는 호재에도 인위적인 증산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6월부터 미에현 욧카이치 공장과 이와테현 기타카미 공장 가동률을 100%로 끌어올렸다. 반도체 다운턴(불황)을 맞이해 2022년 10월 30% 이상 감산 결정을 한 후 약 2년 만에 증산이다.
키옥시아는 최근 주요 채권 은행으로부터 5400억엔 규모 대출금 만기 연장과 2100억엔 규모 신규 신용한도(추가대출)를 받았다. 낸드 치킨게임에서 버틸 재정적 여력을 확보한 것이다.
키옥시아의 대주주인 베인캐피털은 지난 2020년 IPO를 추진했지만 PC·서버·모바일 낸드 업황 악화로 적자 규모가 커지면서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합병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반대 등으로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 합병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지난 4월부터 IPO를 다시 추진하며 독자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올 1분기 컨콜에서 "메모리 사업은 비트 출하량 확대보다 평균판매단가(ASP) 개선으로 수익성 확보에 주력했다"며 "2분기에도 시장 전반 가격 상승 추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1분기와 동일한 기조로 사업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올 1분기 컨콜에서 "올 1분기 계절적 수요 약세 상황에서 실수요 중심으로 대응을 했다"며 "SK하이닉스 메모리 완제품 재고는 보수적인 판매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생산량을 상회하면서 D램·낸드 모두 감소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인위적인 증산으로 키옥시아의 재고 부담이 한층 커지며 회사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 대형 클라우드 업체와 빅테크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기업용 SSD와 달리 키옥시아가 주력하는 소비자용 SSD는 인공지능(AI) PC가 아직 눈에 띄는 수요 증가를 만드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기업용 SSD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가 77.8%를 차지하고 있고 키옥시아 점유율은 8.7%에 불과하다. 키옥시아의 증산으로 3분기 이상 지속되고 있는 낸드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