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량 산정 방법이 3분기부터 바뀐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 제시한 기준인 ‘기본값’ 대신 사업장에서 직접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는 식이다.
중소기업계가 인력 부족과 구인난을 동시에 겪고 있는 상황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기본값 산정 방법 사용기한은 내달 31일이다. 8월부터는 사업장에서 직접 탄소 배출량을 산정해야 한다.
통상 철강 제조업이나 알루미늄 제조업 등만 대상기업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가전제품 제조업과 자동차 부품업도 포함된다. 상품을 이용하고 수출하는 무역(상사)도 예외는 아니다. 보고의무만 있는 전환기간이 끝나고 확정기간이 시작되는 2026년 1월부터는 품목 확대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CBAM 대상 6개 품목을 수출하는 전체기업 중 73.5%에 해당하는 1358개 사가 중소기업이다. 해당 중소기업 중 355개 사는 연간 1억원 이상의 수출액을 EU에서 올리고 있다.
수출 중소기업 절반 “EU 탄소국경조정제도 몰라”
그럼에도 국내 수출 중소기업 CBAM 인식과 대응 수준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기업환경연구원이 CBAM 적용 대상 품목 국내 수출중소기업 235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기업 절반(50.2%)이 CBAM에 대해 모른다고 응답했다. CBAM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EU수출기업도 53.2%만 CBAM에 대해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종업원 수 5인 미만(53.3%), 매출액 10억원 미만(50.0%) 기업에서 대응 계획이 없다는 응답률이 높게 나타났다. 또 소규모 기업일수록 CBAM 준비도가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CBAM 대응수단으로는 교육 설명회 참석(32.5%), 정부지원사업 참여(29.2%), 배출량 산정 컨설팅 업체 문의(13.3%) 순으로 조사됐다.
정부·유관기관 로드맵에도 “실질 대응 불가능” 우려
CBAM 대응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탄소 배출량 정보 및 컨설팅 등 관련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중기부는 먼저 EU 수출액이 1억원 이상인 355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세부적으로 ‘CBAM 대응 전용 사업’을 통해 제품 단위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검증 보고서 발급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전용 사업 내 ‘CBAM 대응 인프라구축사업’을 통해 2000만원씩 총 110개사를 지원한다.
CBAM 인증 획득을 위해 컨설팅 서비스를 지원하는 ‘해외규격인증’과 ‘탄소중립 바우처’ 사업도 실시한다.
이 밖에도 탄소중립 설비 도입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정책자금 융자와 보증도 확대도 제공한다. 디지털 솔루션을 개발해 탄소 배출 소프트웨어를 보급하고 중소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탄소를 감축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탄소중립 촉진법’(가칭)도 추진한다.
그럼에도 중소기업계는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협력사로부터 탄소 배출량 데이터 확보가 어려워 실질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중소기업이 계산한 값을 EU 업체가 그대로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입이 확산하고 있는 스마트팩토리에 탄소 측정 시스템을 추가하는 등 현장에서 직관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품 HS코드별로 탄소 배출량이 어느 정도 나올 것인지 정립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