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도 ‘내집 마련’이 점점 힘들어지는 추세다. 토지 및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도쿄 도심의 신축 맨션(아파트) 평균 가격이 평범한 직장인들은 사기 힘든 수준으로까지 오르고 있다. 도쿄신문이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연수입의 13배 정도의 자금이 있어야 도쿄도 내에서 집을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도쿄신문은 부동산경제연구소가 공표한 도쿄 23구 내 맨션 가격을 총무성이 집계한 가계조사 실수입(23구 내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있는 2명 이상의 가구 기준)으로 나눠 산출한 결과를 보도했다.
이같은 수치는 버블 시기인 1989년 기록했던 12.9배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2000년에는 6.5배 정도였는데, 주택 구입 시 ‘연봉의 5~7배’ 정도 여유 자금이 있어야 한다는 기준도 이때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이후 맨션 가격은 2.4배 이상 상승한 데 비해 실수입은 1.2배 정도 밖에 증가하지 않아 해당 비율이 확대됐다.
맨션 가격 급등은 토지 가격 이외에도 엔화 약세에 따른 건축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도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일본은행(BOJ)의 금융 완화에 따른 저금리로 인해 고수입 부부, 이른바 ‘파워 커플’이 각각 대출을 받아 상대적으로 고가의 부동산을 구매하기가 과거보다 쉬워진 점도 작용하고 있다.
이 밖에 투자 목적의 부동산 구입도 늘고 있는 것도 주택 가격 급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장기간 집값 상승이 이뤄지지 않아 주택을 자산 형성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크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입이 상대적으로 높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택 구입도 자산 형성의 일환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거주 목적이 아닌 처음부터 매각 이익을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신문은 연수입 가운데 대출 금액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무리한 부동산 구매로 인해 가계가 압박을 받는 상황도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BOJ는 지난 4월 발표한 금융시스템 리포트에서 "소득 감소 및 금리 상승에 대한 내성이 낮은 가계 채무자가 일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리 인상 시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한편 일본의 주택 크기는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 장기화하고 있는 건설비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신축 아파트들이 면적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가격 수준은 유지하는 대신 면적을 좁게 설계하는 ‘눈 가리고 아웅’식의 집값 상승도 흔한 일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