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중소형 운용사의 출혈이 더 큰 모습이다. 광고선전비는 늘렸지만 점유율은 제자리고 보수를 인하했지만 대형사 간 보수 인하 경쟁에 치이고 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체 자산운용사의 올해 1분기 광고선전비는 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6% 감소했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의 광고선전비가 줄어든 영향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3.20% 감소한 29억원을 광고선전비로 지출했다. 삼성자산운용은 13.87% 줄어든 12억원을 썼다.
자산운용사들이 광고선전비를 늘린 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며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달 27일 기준 국내 ETF 순자산가치 총액은 145조1421억원으로 올해 들어 19.89% 늘었다. 2021년 74조원 수준에서 2022년 78조원으로 증가한 뒤 2023년 들어 폭발적으로 커졌다.
관련기사
중소형사들이 자사 브랜드를 앞장세워 ETF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말 ETF 시장 점유율은 삼성자산운용이 40.25%, 미래에셋자산운용이 36.88%였다. 두 운용사가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이어 KB자산운용 8.03%, 한국투자신탁운용 4.88%,, 한화자산운용 2.44%, 키움투자자산운용 2.23%, 신한자산운용 2.19%, NH아문디자산운용 1.62% 순이다.
시장이 이렇다보니 중형사들은 더욱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근소한 차이로도 점유율 순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회사들은 광고선전비 확대에서 고전하고 있다.
1분기 말 KB자산운용의 점유율은 7.47%, 한화자산운용은 2.29%로 전년 말보다 낮아졌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5.67%로 높아졌고 신한자산운용은 2.49%로 커졌다. NH아문디자산운용도 1.30%로 소폭 내려갔다.
이름만 다르고 비슷한 종목들을 담고 있는 ETF가 많다 보니 너도나도 보수 인하 경쟁에 나선 것도 중소형사들의 고민 중 하나다. 시장의 절대 강자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업계 최저 수준으로 보수를 내렸기 때문이다. 중소형사들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내리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과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미국 ETF 상품 4종의 총 보수를 기존 0.05%에서 0.0099%로 지난달 낮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양도성예금증서(CD) 1년물 금리를 추종하는 ETF 총보수를 연 0.05%에서 0.0098%로 내렸다.
자산 규모가 작은 중소형사들은 섣불리 내리기엔 보수 인하에 따른 역마진 부담이 크다. 대형사에 비해 인력 규모도 밀려 일정 수준의 보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브랜드 파워도 상대적으로 약한 열세인 만큼 보수 인하 효과가 클지도 미지수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면서 점유율 다툼이 치열하다"며 "점유율이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후발주자인 중소형사는 마케팅을 더 활발히 진행해야 하는데 비용이나 인력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