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이잉~'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작업자들의 분주한 손놀림이 눈에 띄는 이곳은 글로벌 완성차 1위 기업인 토요타 모토마치 공장의 생산조립 1라인이다. 모토마치 공장은 미라이(수소차), 크라운(하이브리드), 렉서스 RZ(전기차) 등 무려 9가지 모델의 차량이 동시에 생산되는 하이브리드 형 공장으로, 토요타의 미래 전략인 '멀티 패스웨이'를 실현할 전초기지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모토마치 공장에서 만난 미야베 요시히사 공장장은 "모토마치 공장은 토요타의 '멀티 패스웨이(Muti Pathway)' 전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라며 "휘발류와 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차 등 4개의 파워트레인이 부착된 9개의 차종을 동시에 생산하면서 제조 효율성은 물론 불량률, 자원낭비 등 제로 웨이스트에도 도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모노즈쿠리(장인정신)와 미래 자동차, 자연과 공존하는 인류의 도전을 가장 잘 표현한 제조시설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모토마치 공장은 약 160만㎡ 규모로 1959년 8월 설립됐다. 설립 당시 1~2종 생산에 불과했던 차종은 2000년대 토요타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현재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등 4개의 파워트레인과 세단, 미니밴, SUV 등 다양한 자동차를 혼류 생산하고 있다. 한 라인에서 9종의 차량을 동시에 생산하는 방식을 통해 인력, 자원, 공간, 에너지 등 물자 낭비를 최소화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그럼에도 제조인력 5600명을 포함해 약 1만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은 16만3000대 정도다.
워낙 다양한 차종이 동시에 생산되다보니 근로자들은 공장 입소 후 약 한 달간의 파워트레이닝을 거쳐 관리자의 승인을 얻어야 업무에 투입될 수 있다. 조립라인을 따라 이동하는 차량의 정보가 작업자의 태블릿 PC를 통해 전달되면 근로자들은 차량별 레시피에 맞춰 엔진, 배터리, 내장제 등을 능숙하게 조립한다.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근로자들의 모습은 기계보다 더 정교하고 빨랐다. 다루는 차량이 많아 고된 업무강도에도 작업자들의 불만이 없는 건 '다른 사람의 일을 더 편하게 만들자'는 TPS(Toyota Production System) 원칙 덕분이다.
자동차 한 대당 필요한 1만2000~3만개에 달하는 부품은 로봇들이 적재적소에 배달한다. 만약 작업 중 문제가 발생하면 작업자는 '노란색' 경고등을 울려 조립을 중단할 수 있고, 관리자가 직접 개입해 문제를 해결한다. 인간과 기계의 장점만 적극 활용한 컬래버레이션(협업)이 토요타의 모노즈쿠리 역량(장인정신)과 1등 품질의 배경이라는 게 공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1대당 수억원을 호가하는 렉서스 LC 생산라인도 인상적이었다. 이곳 역시 고객 주문에 꼭 맞춘 만큼만 생산하는 멀티 패스웨이 전략을 취하고 있다. 주문이 많으면 작업시간을 줄이고, 주문이 적으면 작업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공장 관계자는 "차량 생산이 더 필요하면 무리하게 시설을 늘리는 것보다 추가 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공간과 자원 배분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라며 "실제 지난 1월에는 1대당 제조시간이 26분 소요됐지만 3월에는 36분, 최근에는 57분으로 늘려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야베 공장장은 "토요타는 '인간 중심의 제조로 자동차의 미래와 공장의 현 상황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특히 혼류를 통해 타쿠미(Takumi) 엔지니어들의 역량과 가공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에는 어렵다고 여겨졌던 독특하고 복잡한 디자인도 구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차세대 전기차 데모 생산라인을 구축해서 미래 장비 개발의 리드타임을 더욱 단축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만큼 앞으로 토요타가 추구하는 모노즈쿠리를 꾸준히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