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한국 경제가 예상을 웃도는 성장률을 올린 것은 0.9% 늘어난 수출의 영향이 크다.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업황 개선과 미국 경기 회복세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도 성장률 호조세에 도움을 줬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올해 세계 경제가 3.0%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존 전망치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으로 수출 중심형인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정부도 내심 기대감을 드러낸다. 한은의 1분기 GDP 발표 이후 기획재정부가 이례적으로 입장 자료를 낸 뒤 백브리핑을 진행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2분기 성장률이 0%를 기록하고 3~4분기에는 잠재 수준인 0.5%만 성장하더라도 올해 성장률이 2.6%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기재부는 6월 발표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연간 경제성장률 수정치를 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경제 성장의 온기가 국민들에게 닿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1분기 가계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1.6% 줄었다. 실질 근로소득이 3.9% 감소한 영향이 컸다. 처분가능소득이 소비지출보다 많은 적자 가구 비율도 1년 전보다 0.1%포인트 늘어난 26.7%로 집계됐다.
고착되고 있는 고물가 탓에 소비는 늘었지만 소득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질소비지출도 1년 전과 같은 수준으로 집계되면서 내수 회복은 점차 요원해지고 있다. 4월 물가가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 섰지만 중동 정세 불안이라는 대외변수와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한 먹거리 고물가는 여전하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환율도 안정세를 찾지 못하는 듯하다. 경제 지표는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국민들의 체감도는 낮다.
전문가들은 지표상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수출 중심의 지표 개선 흐름이 민생 체감으로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전 부처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디 최 부총리의 공언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고 적확한 정책을 통해 구현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