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정책에 생소한 국민이라면 이 법안들이 국민의 먹거리 생산을 책임지는 농민들을 지원하는 제도이니 농업소득이 정체되고 농촌인구 감소 등으로 지방소멸 우려가 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사안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양곡관리법과 농안법 개정안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농민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양 법안이 겉보기에는 농민에게 혜택을 주는 것처럼 보이나 중장기적으로는 농민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부담이 되는 정책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것은 이 법안들의 구체적인 내용과 유사한 제도가 거쳐온 길을 살펴봐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쌀 변동직불제는 쌀 가격이 기준가격 이하로 하락했을 때 그 차액 중 일부를 지급하는 제도로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시행됐다. 변동직불제가 시행된 15차례의 수확기 중 11번 변동직불제가 발동됐고, 2016년에는 우리나라 농산물 전체에 대해 지급할 수 있는 지원액의 한도인 1조4900억원이 쌀 한 품목에 모두 지급됐다. 이는 2020년에 변동직불제가 폐지되고 쌀직불제가 공익직불제로 통합 개편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왜 농민들을 돕기 위해 설계된 제도가 중장기적으로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것일까. 농업을 스포츠 경기에 비유하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정부는 경기의 규칙을 제정하고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조율하는 심판에 가까운데, 앞서 언급한 제도상에서는 정부가 심판이 아닌 선수로서 경기에 참여하게 된다. 다시 말해 정부는 농산물 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조정하는 역할에 그쳐야 하는데 경기의 결과인 농산물 가격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면서 경기가 선수 중심이 아닌 심판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게 된다. 선수는 상대편을 분석해서 전략을 짜고 그 전략을 실행할 실력을 키워야 하는데, 심판이 대신 경기를 뛰어 주니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할 이유가 없어진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양곡법, 농안법 개정안과 같은 농산물 가격지지제도를 도입하려면 정부의 시장개입을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하고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다시 말해 농민의 자구책이 함께 강구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