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정부는 심판 역할에 충실해야

2024-05-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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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다시 말해 정부는 어디까지나 심판으로서 매우 제한적으로만 경기에 개입하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양곡법, 농안법 개정안과 같은 농산물 가격지지제도를 도입하려면 정부의 시장개입을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하고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다시 말해 농민의 자구책이 함께 강구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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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 교수사진인천대
김종인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 교수 [사진=인천대 제공]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가격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질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 매입 대책을 수립할 것을 의무적으로 규정하는 법안이다. 지난해 3월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대통령의 재의 요구를 거쳐 결국 폐기된 바 있다. 농안법 개정안은 쌀, 채소, 과일 등 주요 농산물의 가격이 기준가격 미만으로 하락 시 생산자에게 시장가격과 기준가격의 차액을 지급할 의무를 담고 있다.
 
농업 정책에 생소한 국민이라면 이 법안들이 국민의 먹거리 생산을 책임지는 농민들을 지원하는 제도이니 농업소득이 정체되고 농촌인구 감소 등으로 지방소멸 우려가 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사안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양곡관리법과 농안법 개정안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농민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양 법안이 겉보기에는 농민에게 혜택을 주는 것처럼 보이나 중장기적으로는 농민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부담이 되는 정책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것은 이 법안들의 구체적인 내용과 유사한 제도가 거쳐온 길을 살펴봐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쌀 변동직불제는 쌀 가격이 기준가격 이하로 하락했을 때 그 차액 중 일부를 지급하는 제도로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시행됐다. 변동직불제가 시행된 15차례의 수확기 중 11번 변동직불제가 발동됐고, 2016년에는 우리나라 농산물 전체에 대해 지급할 수 있는 지원액의 한도인 1조4900억원이 쌀 한 품목에 모두 지급됐다. 이는 2020년에 변동직불제가 폐지되고 쌀직불제가 공익직불제로 통합 개편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왜 농민들을 돕기 위해 설계된 제도가 중장기적으로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것일까. 농업을 스포츠 경기에 비유하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정부는 경기의 규칙을 제정하고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조율하는 심판에 가까운데, 앞서 언급한 제도상에서는 정부가 심판이 아닌 선수로서 경기에 참여하게 된다. 다시 말해 정부는 농산물 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조정하는 역할에 그쳐야 하는데 경기의 결과인 농산물 가격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면서 경기가 선수 중심이 아닌 심판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게 된다. 선수는 상대편을 분석해서 전략을 짜고 그 전략을 실행할 실력을 키워야 하는데, 심판이 대신 경기를 뛰어 주니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할 이유가 없어진다.

일부에서는 외국도 다 그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최근 자주 인용되는 일본의 채소가격안정제 사례를 보면 정부의 시장개입 조건 자체가 제한적이고, 정부 보조에 대해 농민에게 경제적 책임을 강력하게 부과하여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앞서 언급한 제도들과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정부는 어디까지나 심판으로서 매우 제한적으로만 경기에 개입하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양곡법, 농안법 개정안과 같은 농산물 가격지지제도를 도입하려면 정부의 시장개입을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하고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다시 말해 농민의 자구책이 함께 강구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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