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애초 일본에 '우리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멈추라'고 강력히 경고했어야 한다. '할많못한(할 말은 많지만 못한다)' 뒤늦은 어정쩡한 태도로 네이버만 궁지로 몰았다."
이는 이른바 '라인 사태'를 대하는 정부 태도에 대한 한 학자의 쓴소리다. 학계·경제계·정보기술(IT) 업계 많은 관계자는 정부의 미흡한 초기 대응이 현재 '라인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자본시장에서 정부가 사기업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일본 정부는 이 말이 안 되는 것을 보란 듯이 실행했다. 네이버 선택에 맡길 게 아니라, 네이버가 이익 극대화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단호하게 나서줘야 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정부는 일본이 인공지능(AI) 패권국 도약을 위해 네이버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은 아닌지 의구심도 제기했어야 했다. 라인 사태를 바라보는 국내 학계와 경제계는 일본이 이러한 행정지도를 내린 배경에는 AI 패권국 도약이라는 배경이 깔렸다고 보고 있다.
네이버가 만약 라인야후를 정리하는 수순으로 간다면, 그간 야심 차게 꿈꿔온 AI 사업 글로벌 진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AI 사업 핵심 요소인 데이터 소유권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AI 사업에서 기술력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다. 이 데이터는 결국 플랫폼에서 나온다. 글로벌 빅테크가 생성 AI 주도권을 가지고자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는 AI 글로벌 진출 전초기지를 다지기도 전에 힘이 풀려버린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뒤늦게 한국 기업 차별하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냈다. 이와 함께 반일 조장 프레임은 국익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도 냈다. 그러면서 네이버 추가 입장이 있다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늑장 대응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네이버에 공을 완전히 넘겨버렸다는 점이다. 정부는 시종일관 '네이버가 원하면'이라는 전제를 깔아왔다. 최근에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입을 빌려 "네이버가 일본 총무성에 제출할 보고서에 지분 매각과 관련된 내용이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정치권이 자기 입맛대로 라인 사태를 이용,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자 이를 잠재우기 위한 조치였다는 후문이다. '않는다'가 아닌 '않을 수 있다'라는 흐린 말은, 네이버 결정에 부담감만 더했다.
정부 태도는 결국 '을'의 입장인 네이버 선택권만 더 좁혀버렸다. 라인야후 지배구조에서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와 동일한 1대 주주지만, 갑은 소프트뱅크다. 사업 시장이 일본이고, 일본 정부 규제하에 있기 때문. 정부가 처음부터 '한국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총무성에 경고했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