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주가 급락에 세계 투자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주 세계 시가총액 1위를 찍는 기염을 토했던 엔비디아는 지난 3거래일 동안 주가가 약 13%나 밀리며 시총 3위로 후퇴했다. 월가 의견은 엇갈린다. 엔비디아 주가가 계속 오를 것이란 낙관론과 닷컴버블이 재현될 수 있다는 비관론이 맞선다.
24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6.7% 밀리며, 3거래일 연속 약 13% 하락했다.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기술적 조정(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에 들어선 것이다.
3일간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 139% 오른 상태다. 지난해 240% 급등에 이어 올해도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주가가 ‘너무 올랐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금리인하 시기가 늦춰지는 데다가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주식 분할 후 지난 13일부터 24일까지 7차례에 걸쳐 총 84만주의 주식을 매각한 점 역시 비관론에 무게를 실었다.
주가 전망은 엇갈린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애널리스트 가운데 약 90%는 엔비디아 투자 등급을 ‘매수(Buy)’로 유지하고 있다. 이들 애널리스트의 평균 목표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대비 약 12% 높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엔비디아 목표 주가를 기존 주당 135달러에서 150달러로 올렸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역시 목표가를 150달러로 고수하고 있다. BofA 소속 애널리스트들은 “가파른 주가 상승으로 인해 차익실현에 취약하지만, 우리는 변동성이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가 올해 초 조정을 극복한 후 반등에 성공했듯, 다시 오름세로 전환할 것이란 시각이다.
반면, 스티펠의 수석 주식 전략가인 배리 배니스터는 “앞으로 몇 달간 엔비디아가 급격한 조정을 받으면 S&P500 지수가 상승세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엔비디아 주가가 주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투매가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닷컴 버블 재현?
닷컴버블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닷컴버블 당시 시스코는 2000년 3월 시총 1위에 오른 후 주가가 약 80% 빠지는 등 기술기업 거품이 터지면서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시장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실적 발표와 엔비디아 연례 주주총회가 예정된 26일을 주시한다. 마이크론은 장 마감 후 2024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발표할 계획으로, 마이크론의 실적을 통해 엔비디아의 실적을 엿볼 수 있다.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한다.
금융리서치업체 비저블 알파가 집계한 예상치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마이크론의 2024회계연도 3분기(2024년 3~5월) 매출이 이전 분기 및 전년 동기보다 증가한 67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과 씨티는 마이크론이 예상을 웃도는 4분기 가이던스를 발표하며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했다.
엔비디아 주총을 통해서는 성장 전략을 볼 수 있다. 주주들은 임원 보상 체계 등을 투표할 예정이다. 이번 투표는 '보상에 대한 발언권(Say on pay)' 차원상 이뤄지는 것으로, 구속력은 없으나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해 보상체계 결정에 참고된다.
28일 발표되는 미국 5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중요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5월 근원 PCE 물가지수가 예상을 웃돌면, 금리인하 기대가 움츠러들며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