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주 시진핑 국가 주석과 회담에 이어 연달아 북한 방문을 예고하면서 우호국 결속에 나섰다. 이를 두고 서방 매체들은 러시아가 중국이 예상 외 냉담한 반응을 보여 초조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18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북한) 방문을 위한 준비가 제 속도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관련 추진 준비에 속도가 붙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문이 성사되면 푸틴 대통령은 2000년 7월 이후 처음으로 북한을 찾는 셈이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 관광교류 현황 등에 관한 당국 보고를 받았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중국 당국이 러시아 측에 북·중·러 밀착 움직임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기존 계획은 중국 방문 직후 북한을 찾으려 했으나, 중국 측이 서방국의 '독재 3대 축'으로 보는 시선이 강화할 것을 우려해 계획을 바꿨다고 한다. 해당 매체는 "중국 측이 러시아가 이전에 제시했던 삼자 동맹보다 양자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을 크렘린에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WSJ 인터뷰에 응한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중국 측이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가 활발해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러시아가 북한의 핵무장을 도와 서방국의 북·중·러에 대한 제재가 강력해질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해당 소식통은 중국 측이 지난해 9월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정상회담 중 합의 내용을 파악하고자 서방국에 정보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은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무제한 우호'를 선언하며 대러시아 경제협력을 지속해 왔다. 하지만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대러 제재에 중국 측도 압박을 느껴 수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이에 러시아는 무기 수급을 위해 북한에 군수품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북·러 양국은 무기 거래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나, 서방 정보당국은 여러 경로로 무기 거래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WSJ에 따르면 글로벌 정책 싱크탱크인 랜드(Rand) 연구소의 수석 국방 분석가인 데릭 그로스만은 시 주석이 북·러 밀착에 우려하는 이유를 서방국에 대한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의 행보를 진정시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한·미·일 군사 공조에 맞서 북한이 전략적 완충지대로 남길 바란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따라서 중국은 러시아가 자국과 양자 관계를 맺길 바란다고 해당 매체는 해석했다. 북한과 벨라루스에 주재 경력이 있는 전 영국 대사 존 에버라드는 WSJ에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제공해 줄 것이 제한적인 북한보다는 중국과 밀착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첨언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중국이 몽골을 경유하는 석유와 가스를 공급하는 연결관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로이터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 내 가스 수출로가 막힌 러시아가 중국으로 수출을 늘리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다만 중국 측이 실제로 추가 가스관 개설에 합의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러시아는 시베리아 동부에서 중국 북동부로 이어지는 파워오브시베리아 1호 파이프라인으로 중국에 가스를 보낸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 입장에서 2030년 이후까지 추가 가스 공급이 필요 없다며 두 번째 가스관 건설 비용 합의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