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뉴욕증시 상장한 지커…성장 가도 달릴까

2024-05-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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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반년 만 출시한 '지커001'...작년 매출 64% 담당

지리자동차 생태계로 탄탄한 수익 구조 마련...R&D 투자로 적자는 늘어

유럽·중동·동남아 진출 속도 ↑...美서는 로보택시 출시

美 고율 관세는 걸림돌

지커
지커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얼마 전 뉴욕증시에 데뷔한 네 번째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탄생했다. 지커(ZEEKR·極氪)가 그 주인공이다. 중국 최대 민간 자동차기업인 지리자동차 산하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10일(현지시간) 'ZK'라는 티커(종목 코드)와 함께 뉴욕증시 거래를 개시하며, 창립 3년 만에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중국 매체들은 "전기차 브랜드 사상 초고속 기업공개(IPO)"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2018년 중국 전기차 브랜드 최초로 뉴욕증시에 입성한 웨이라이(니오)는 상장까지 4년이 걸렸고, 샤오펑과 리샹(리오토)은 각각 6년, 5년 만에 상장에 성공했다. 

이처럼 중국 전기차 업계에 또 하나의 획을 그으며 등장한 지커가 이른바 '웨이샤오리(웨이라이·샤오펑·리샹)'로 불리는 중국 전기차 '3대장' 추격을 시작했다. 지커 주가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첫 거래에서 공모가 대비 35% 폭등했고, 시가총액은 71억 달러로 불어나며 샤오펑(77억 달러)을 바짝 뒤쫓고 있다. 
 

창립 반년 만에 출시한 '지커001'...작년 매출 64% 담당
지커
지커001 [사진=지커]


지커는 창립 반년 만인 2021년 10월 자사 첫 번째 모델인 순수 전기 세단 ‘지커001’을 출시했다. 이듬해부터 지커001은 빠르게 팔려나갔고, 지커는 그해 약 7만2000대의 차량을 인도하며 연간 인도량 목표였던 7만대 달성에 성공했다. 이처럼 지커 성장의 중심에는 지커001이 있었고, 지금도 지커의 주력 모델이다. 지난해 지커는 총 11만8685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는데, 이 중 지커001 판매량이 6만6246대(64%)에 달했다. 

지커001이 꾸준한 인기를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전통적인 세단이 아닌 ‘슈팅 브레이크’의 형태를 채용했기 때문이다. 과거 사냥용 마차를 의미했던 슈팅 브레이크는 현재 자동차업계에서는 스포츠 쿠페(탑승 문이 2개인 차량)에 짐칸을 더한 왜건의 한 종류를 일컫는다. 일반적인 중국 전기차와는 완전히 다른 외형의 독특한 매력이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지리자동차 산하 전기차 브랜드라는 점도 지커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줬다. 지리자동차는 볼보·폴스타·로터스 등 유럽의 자동차 회사를 인수해 자회사로 두고 있어 중국 내에서도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하다. 지커 모델에는 볼보와 동일하게 지리자동차의 SEA 플랫폼이 적용되고 있다. SEA 플랫폼은 소형차부터 대형차까지 제작이 가능한 유연한 플랫폼으로 지리자동차의 차세대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이후 지커는 다목적차량(MPV) ‘지커009’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지커X’ 등도 출시했다. 이들 모델은 지커001만큼의 흥행은 거두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제 몫을 하고 있다. 지난해 지커001은 30만 위안(약 5664만원) 이상 프리미엄 세단 중 판매 1위를 기록했는데, 지커009도 50만 위안(약 9440만원) 이상 럭셔리 MPV 중 판매 1위를 달성했다.

이에 지난해 지커의 완성차 매출은 339억12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72.4% 늘었고, 완성차 매출총이익률은 1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급 순수전기차 기업 중에서는 테슬라(19%)에 이은 2위다.

올해 들어서도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월 지커의 누적 차량 인도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11%나 늘어난 4만9100대를 기록했다.
 

지리자동차 생태계로 탄탄한 수익 구조 마련...R&D 투자로 적자는 늘어

지커의 매출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에 66%까지 올랐지만, 설립 첫해에는 32% 수준이었다. 반면 배터리 및 기타 부품 판매 사업 매출 비중이 32%, 연구·개발(R&D) 및 기타 서비스 매출 비중이 44%에 달했다. 지커가 설립 직후 지리자동차와 볼보의 합작사 중국·유럽연구개발센터(CEVT)와 배터리 및 부품 공급사 닝보웨이루이(寧波威睿)를 인수하고, 전기차 충전 기술 개발 기업인 하오한(浩瀚)에너지의 지분 30%를 사들이며 탄탄한 수익 구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CEVT는 2013년 9월 탄생한 기술 혁신기업으로 2000여 명의 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리자동차 생태계의 핵심 부품 공급사인 닝보웨이루이는 배터리 팩과 전동화 파워트레인 공급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하오한에너지는 지리자동차 산하 여러 자동차 브랜드를 고객사로 두고, 전기차 충전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지커는 지리자동차 생태계를 기반으로 여러 수익원을 두고 있지만, 전기차 개발을 위해 R&D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적자가 매년 늘고 있다. 2021~2023년 지커는 R&D에 총 170억 위안을 투자했다. 지커의 투자액은 2021년 31억6000만 위안에서 2023년 83억6900만 위안으로 급증했는데, 같은 기간 순손실액도 45억1400만 위안에서 82억6400만 위안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커는 거액을 투자한 만큼 신제품 출시를 늘리고 세분화된 제품을 통한 시장 공략으로 흑자 전환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포부다. 지커는 올해 출시 예정인 중대형 SUV를 포함해 2023년부터 매년 2개 이상의 신모델을 출시해 2025년까지 총 8개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유럽·중동·동남아 진출 속도 ↑...美서는 로보택시 출시

특히 올해부터는 해외 시장 개척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유럽 8개국을 비롯해 중동과 동남아, 남미, 호주 등 50여 개국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지커는 현재 유럽에서는 독일·네덜란드·스웨덴에 진출해 있으며 2026년까지 서유럽 내 모든 핵심 국가를 대상으로 전기차를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중동에서는 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바레인 등 4개국에 전기차를 수출하고 있으며 향후 쿠웨이트·모로코·오만 등으로 수출을 늘려 중동·북아프리카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태국을 거점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필리핀·라오스·미얀마 등에 진출했으며, 올해에는 싱가포르·홍콩·마카오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다.

미국에는 로보택시를 공급할 예정이다. 지커는 지난해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와 로보택시 공급 계약을 맺었다. 올해 웨이모와 협력해 만든 로보택시가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고, 같은 모델이 중국에서는 로보택시가 아닌 일반 승용차로 출시된다.

다만 미국과 유럽이 중국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건 지커 해외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에서 100%로 인상할 것을 지시했다.

백악관은 "상당한 과잉 생산 리스크로 이어지는 광범위한 보조금과 비(非)시장적 관행 속에서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70% 증가해 다른 곳에서의 생산적 투자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100%의 관세율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부터 미국 제조업체를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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