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장일 틈타 악재성 '올빼미 공시'… 제재 방법 없어 투자자 피해

[자료=한국거래소]

3일 연휴를 앞둔 5월 3일 증시 정규장 종료 후 상장사들이 최대주주 변경, 횡령·배임 혐의 발생 등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공시를 쏟아냈다. 유독 휴장일에 앞서 악재성 공시를 내놓는 '올빼미 공시'가 반복되고 있는데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어 투자자 불만이 높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어린이날(5월 5일)을 낀 3일 연휴를 앞두고 지난 3일 공시 539건이 게재됐다. 이 가운데 오후 3시 30분 정규장 종료 이후 발표된 공시가 292건으로 전체 중 54.2% 수준이다. '올빼미' 공시는 지난해 어린이날 연휴 직전 거래일(2023년 5월 3일, 156건)보다 87.2% 증가했다.

넥스턴바이오는 35억원 규모 제1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의 전환청구권 행사로 92만4764주가 발행된다고 공시했다. 발행 주식 총수 대비 8.9% 규모다. 이 밖에 본느(1.0%), 아우딘퓨처스(5.2%), 덕산테코피아(2.6%) 등이 발행 주식 총수 대비 1% 이상 주식을 발행한다며 전환청구권 행사 사실을 공시했다.
 
효성화학과 효성첨단소재는 베트남 공장에 대한 채무 보증 결정 공시를 발표했다. 보증 금액은 각각 자기자본 대비 33.4%, 11.0%에 해당한다. 범양건영은 커미더스가 수협은행 가락동금융센터에 진 채무 350억원에 대해 보증하기로 결정했다. 자기자본 대비 45.7%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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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정보인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한 공시도 나왔다. 국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은 최대주주 변경 사실을 장 마감 후 공시했다. 횡령·배임 혐의 발생 공시도 등장했다. 국일제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전 최대주주 최모씨, 전 대표이사 손모씨, 전 사내이사 최모씨 등을 고소했다고 밝혔다. 국일제지는 현재 거래정지 상태다.
 
대부분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악재성 공시들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빼미 공시'한 기업들 가운데 덕산테코피아, 네오크레마, 효성화학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5.15%, 1.56%, 1.34% 하락했다.
 
'올빼미 공시'는 증시 휴장일을 틈타 반복되고 있다. 올해 연휴 전날 공시를 살펴보면 4·10 총선(4월 9일 기준) 때는 1242건, 3·1절(2월 29일 기준)에는 779건, 2월 설날(2월 8일 기준)에는 332건으로 집계됐다.
 
'올빼미 공시'가 쏟아지는 시기에는 1분기 실적 발표, 감사보고서 제출, 정기 주주총회 소집 등 기한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는 1분기 실적 발표가 몰려 있어 회사 차원에서 1분기 실적 설명과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기업설명회 개최 공시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총선 시즌에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기업이 많았다.

관련법에 따르면 상장법인은 정기 주주총회 일주일 전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법인이 회계감사인과 감사보고서 작성을 위해 부득이 사업보고서 등 제출 기한 연장이 필요하다고 미리 합의했을 때에는 제출 기한 연장이 가능하다. 지난 2월 8일에는 주주총회 소집 결의 공시가 주류를 이뤘다.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휴장일 직후 첫 매매일에 올빼미 공시를 전자공시시스템(KIND)을 통해 재공지하고 있다. 그러나 악재성 올빼미 공시에 대해 법적 제재가 없는 상황이다 보니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장 마감 이전에 공시하라고 강제할 수 없다"며 "다만 오후 3시 30분 이후에 나온 공시가 불성실 공시에 해당하면 벌점을 매길 때 좀 더 엄격하게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