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2대 국회를 이끌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오는 3일에서 9일로 연기한 가운데,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중진 의원들이 별다른 출마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원내 사령탑 지원자도 0명이다. 여기에 원내대표 내정설까지 돌았던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불출마를 결심하면서 당 리더십 부재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정치권에선 이철규 의원이 4·10 총선 당시 공천관리위원으로서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불출마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까지 아무도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안 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고, 지난번 당선자 총회 때 의원님들이 후보들의 비전이나 원내 운영에 관련한 생각을 들어보고 토론할 필요가 있지 않냐는 문제 제기가 있어서 (선거일을) 9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의원이 출마를 염두에 둔 듯한 행보를 보이자 계파와 상관없이 당내 인사들의 반발이 연일 분출됐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을 가진 홍준표 대구시장은 "불난 집에 콩 줍기 하듯 이 사품에 패장이 나와서 원내대표 한다고 설치는 건 정치도의도 아니고 예의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친윤계' 배현진 의원은 "이 의원께서 불출마 선언을 하실 것을 촉구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펼쳤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자숙도 모자랄 판에 무슨 낯으로 원내대표설인가"라고 반문했다.
수도권 당선자 혁신계를 자처하는 윤상현 의원은 "총선 패배의 책임이라는 면에 있어서 보면 벌을 받아야 할 분이지 상 받을 분은 아니다"라고 비판했고, 안철수 의원은 "총선 참패의 원인을 제공한 당정의 핵심관계자들의 성찰을 촉구한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는 용산과 직결됐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다음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이 점쳐지는 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자는 최근 이 의원과의 '나·이(나경원·이철규) 연대설'이 불거지자 급히 선을 긋고 나섰다. 당에서 쇄신 요구가 나오는 것과 동시에 정부를 향한 비토론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친윤 세력과 적정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나 당선자는 1일 연대설에 대해 "제가 분명히 말씀을 (드렸지만) 저는 굉장히 고약한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만 190석 안팎의 의석을 가진 초거대 야당과의 협상을 도맡아야 하는 악조건 속에서 출마 의지를 가진 인물부터 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의 영남권 재선 의원은 "제일 예측불허의 선거가 의원들이 뽑는 선거"라며 "엄청나게 강경한 거야와 협상해야 하고, 용산과 물 샐 틈 없는 협조를 이루는 등 두 가지를 만족시켜야 하는 게 원내대표의 자질"이라며 친윤 프레임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이철규 원내대표설'에 "지금 상황에선 친윤이고 비윤이고를 떠나서 당을 잘 추스르는 게 중요하다"면서 "개원하면 거대 야당과 힘겨루기를 해야 하는데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