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산하의 SK하이닉스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를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는 등 엔비디아의 주요 파트너사로 활약하고 있다.
25일 최태원 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엔비디아 사옥에서 젠슨 황 CEO와 만나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이번 주 초 짧은 일정으로 실리콘밸리를 방문했다"며 "엔비디아 황 CEO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확인했다.
최 회장과 젠슨 황 CEO의 만남을 두고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관련한 논의를 했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최 회장은 젠슨 황 CEO와 만난 사진 하단에 "특히 혁신의 순간을 포착할 때 카메라 각도가 중요합니다(Camera angles matter— especially when you’re capturing moments of innovation)"라고 적었다. 젠슨 황 CEO는 최 회장에게 "우리의 파트너십과 AI, 인류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가자"라고 사인을 남겼다.
최 회장의 이번 행보는 최근 HBM 분야에서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초고성능 AI용 메모리 신제품인 HBM3E를 양산해 지난달 말부터 엔비디아에 공급을 시작하는 등 HBM에서는 삼성전자에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최근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와의 스킨십을 강화하면서 최 회장이 이를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젠슨 황 CEO는 지난달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서 삼성전자를 "비범한 기업"이라고 치켜세우고 "삼성전자의 HBM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튿날에는 삼성전자 부스를 직접 방문해 삼성의 HBM3E 12H(High·12단 적층) 실물에 '젠슨 승인(JENSEN APPROVED)'이라고 사인해 SK하이닉스를 긴장시켰다. 업계에서는 젠슨 황 CEO의 이날 사인이 삼성전자 HBM 제품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