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준공을 두고 건설업계 등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약정서의 불공정 조항이 현재의 건설·금융산업의 위기를 불러일으킨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책임준공 약정 등의 불공정한 계약 관행을 바로 잡아 건설·금융사가 상생할 수 있는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진단이 대두되고 있다.
건설 및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은 14일 책임준공 확약에 대해 “건설사의 위기가 곧 부동산 PF 대출을 실행한 금융사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계약 관행 혁신을 통해 새로운 상생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건설 공사기간 지침이 마련돼 있는 공공 공사와 달리, 민간 사업의 경우 그렇지 않아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공사를 끝내려 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며 "현장상황, 공사비 문제 등 리스크 요인을 고려해 공기를 산정해야 하는데 반영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책임준공 확약 시 민간 공사에서도 공사기간 산정을 현실화하고, 기간 내 준공하지 못해도 책임을 면해주는 사유를 더 다양하게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임준공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공사 등이 맡아왔던 책임보증이 갑작스레 사라진다면 금융사가 리스크 우려에 따라 대출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의 보증보험을 통해 책임준공에 대한 보험제도를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일파만파 연쇄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책임준공 확약을 두고 금융권 일각에서는 호황기에 무분별하게 계약하고 지금에 와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시공사에 불공정한 책임준공 확약이 최근 부동산 PF 위기의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최근 발간한 '부동산 PF 약정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보완방안'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개발사업의 사업약정서, 대출계약서, 공사도급 계약서 등 주요 약정서에 중첩적으로 규정된 책임준공, 채무인수(또는 연대보증) 등의 조항이 지난 2022년 하반기 이후 급격히 악화된 사업 여건과 맞물려 시공사들의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시공사가 건축물 준공 책임을 지도록 하면서 약정된 기간 내 준공하지 못할 경우 손해배상을 하는 책임준공 약정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불공정 약정으로 인해 부동산 경기 침체기 개발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건설사의 대량 도산으로 이어지고 금융시장과 거시경제 전반의 불안을 초래하는 문제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건산연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책임준공 확약은 건설사업을 위해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줄 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중요한 평가 요소 중 하나”라며 “시장이 좋을 때는 발주처가 사업을 내면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책임준공 확약으로 도급계약을 맺으려 하지만, 시장이 안 좋아지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건설사들이 자체적 경영방침에 따라 사업성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책임준공 현장을 선별적으로 들어가는 방법 외에는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