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 보궐선거가 2파전으로 치러진다. 이번 선거는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이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며 위원장직을 내려놓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금융노조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내에서도 전국금속노동조합 다음으로 조합원이 많아 선거 결과에 금융권 안팎에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노조 2인자'인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 겸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47)은 박홍배 전 위원장을 대신해 금융노조 위원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2022년 박 위원장이 연임에 도전할 당시 러닝메이트로 함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김 후보가 위원장에 당선되면 기존 강성노조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노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약을 심의 중이라 정확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 금융노조 집행부라는 점에서 방향성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 대항마로는 윤석구 KEB하나은행지부 위원장 겸 전국은행산업노동조합협의회 의장(48)이 나선다. 외환은행 출신이며 지난해 통합 하나은행 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노동계에 새롭게 떠오른 인물로 강성보단 중도 성향이 강하다. 노동시간 단축, 대(對)정부 산별투쟁 강화, 고용 안정 등 합리적 공약을 전면에 내세워 실리를 추구하는 'MZ 조합원' 기대를 충족시킬 것이란 의견이다.
금융권에서는 김 후보 당선을 높게 점치고 있다. 김 후보는 금융노조 수뇌부로 활발한 활동을 한 데다 기업은행지부에서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첫 재선 위원장으로 입지를 다져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출신 은행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은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단일 은행으로 성장한 반면 하나은행은 인수·합병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기업은행에 비해서는 노조 결집력이 다소 약할 수 있다.
두 후보 중 누가 차기 위원장이 되든 당장은 조직 전체를 응집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각 시중은행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보상안 등 개별 현안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고, 국책은행은 산업은행발(發) 지방 이전 이슈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만큼 금융권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산별 단체협상에서도 성과를 보여야 한다. 노조 측은 올해 임금인상률 8.6%와 주 4.5일제 도입 등 요구안을 제시한 상태라 사용자 측과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금융노조 위원장 후보는 21일 자정까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보궐선거는 22일 오전 8시부터 24일 오후 6시까지 전자투표로 진행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29~30일 결선투표를 통해 위원장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