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여당의 참패와 야권의 대승으로 끝난 가운데 외신들도 이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외신들은 이번 총선 결과가 현 정부의 '중간 성적'이라며 향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이 약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집권 여당의 패배로 차기 대선에서 보수의 집권 여부가 불확실해진 가운데 "이런 의구심이 지속된다면 한국의 '친구', 심지어 '적'들은 윤 대통령의 외교정책 방향에 유효기간이 있다는 가정 아래 움직일지 모른다"고 평했다. 주변국 입장에서는 한국 정부가 악화한 국내 여론을 감안해 그동안의 기조를 바꾸리라 의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WSJ는 "이는 동맹국과 적국 모두에 새로운 외교 정책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결과"라고 덧붙였다.
경제정책이 변화할 가능성도 언급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윤 대통령의 보수 진영은 새 국회 선출 투표에서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며 남은 임기 3년 동안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되고 투자자 친화적 정책이 좌절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아울러 외신들은 공통적으로 윤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의 입지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집권 전반기 2년에 이어 남은 3년도 여소야대 국면을 맞아 윤 대통령과 여당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로이터통신은 "진보 야당의 압도적 승리는 윤 대통령과 보수당에 큰 타격"이라며 "생활비 위기와 쏟아지는 정치적 스캔들로 인해 인기가 하락한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투표"였다고 짚었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총선 결과를 두고 "여론 반영을 넘어 윤 대통령 정책을 부정하는 결과"라며 "대통령이 행동할 능력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일본 매체들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진 한·일 관계가 일본에 비판적인 야당의 견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보수 성향인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국민의힘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윤석열 정권의 향후 정권 운영에 불투명성이 감돌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윤 대통령 측근의 말을 인용해 “옛 징용공(일제 강제동원 노동자) 소송 문제 해결책을 발표하는 등 윤 대통령이 주도해 온 대일 정책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일본에 비판적인 야당의 목소리가 강해질 것이 분명하므로 한·일 관계에도 시련이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진보 성향인 아사히신문 역시 “윤석열 정권의 구심력 저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관계 개선이 진행 중인 한·일 관계에도 그림자가 드리울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야당의 압승에도 일본과 관계 강화를 추진해 온 윤 대통령의 외교 방침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지만 '옛 징용공 소송 등 문제에서 일본에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불만'이 있기 때문에 야당이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윤 대통령 취임 후 관계가 다소 경색된 중국 언론들 역시 이번 총선 결과를 집중 조명하며 윤석열 정부의 리더십이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한국 총선에서 집권당 패배, 윤석열 임기 내에 레임덕 직면’ 제하 기사를 통해 "이번 선거는 민중의 극단적인 불만 속에 치러졌다"며 "선거 과정에서 민심을 가장 잘 반영한 키워드를 꼽는다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고 보도했다.
반관영 통신인 중국신문망은 "윤 정부는 출범 이후 이른바 '가치 외교'를 펼치며 맹목적인 미국 밀착 행보로 국내외의 우려를 샀다"며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을 지적했다. 매체는 "이전에 한국 정부는 주변국 문제에 있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왔지만 윤석열 정부는 그렇지 못했다"면서 "그의 주변국 외교정책은 동북아 지역 안정과 협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왕성 지린대 행정대학원 국제정치학과 교수 발언을 인용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