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4일 앞두고 불거진 '도덕성 리스크'가 여야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부동산부터 막말까지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후보들의 논란도 가지각색이다.
도덕성 문제에 민감한 2030 세대의 수도권·무당층 지지 이탈 조짐마저 보이고 있지만, 거대 양당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당은 후보 개개인의 문제라는 이유로 언급 자체를 피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이들이 22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 가능성이 높은 만큼 걱정어린 목소리가 나온다.
양문석·양부남, 부동산 의혹에 '진땀'
6일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 안산갑에 출마한 양문석 후보는 민주당 내 도덕성 리스크를 가진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2020년 8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아파트를 사는 과정에서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린 뒤, 당시 20살이었던 딸 명의로 새마을금고 사업자 대출을 받아 대출금을 갚았다는 편법 대출 의혹을 받고 있다.
양 후보는 "편법적 소지가 있었음을 인정한다"라면서도 "불법 대출은 아니었다"고 부인 중이다. 하지만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 1일 편법 대출 의혹이 제기된 대구 수성새마을금고에서 현장 검사를 벌이고, 위법 부당한 사항이 발견될 때 관련 규정에 따라 대출금 회수 등의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이후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양 후보의 딸과 대출모집인을 사문서 위조 혐의로 수사기관에 통보하기로 했다.
광주 서구을에 출마한 양부남 후보도 '편법 대출 의혹'을 받고 있다. 양부남 후보는 재개발 호재가 있는 서울 한남3구역에 있는 수십억원대 단독주택을 2019년 두 아들에게 증여하고, 증여세까지 대신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빠 찬스' 논란 대열에 합류했다. 양 후보는 해당 논란에 대한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두 아들에게 단독주택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편법 대출은 없었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증여했다고 밝혔다.
김준혁 '이대생 미군 성상납', 공영운 '아빠 찬스' 논란
경기 수원정에 나온 김준혁 후보는 막말논란에 휩싸였다. 김 후보는 2019년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일본군 위안부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샀다. 또한 같은 방송에서 '이화여대 김활란 초대 총장이 미군에게 학생들을 성 상납시켰다'고 밝힌 사실도 드러나면서 곤혹을 치렀다. 이화여대 측은 법적 대응과 함께 김 후보의 사과와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고, 그의 발언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도 날을 세웠다.
경기 화성을에 출마한 공영운 후보도 논란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과의 친분으로 한때 '정의선 오른팔'로 불리며 현대차 사장까지 올랐던 공 후보는 2017년 6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 1가 다가구주택이 있는 땅 35평을 사들였다. 이후 2021년 4월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지정되기 하루 전날 군 복무 중이던 22살의 아들에게 증여했다. 땅을 매입할 당시에는 11억8000만원이었으나, 현 시세가 28억~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빠찬스' 논란에 휘말렸다.
여기에 딸까지 같은 지역 재개발구역에 있는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갭 투자 의혹'까지 불거졌다. 공 후보는 이 밖에도 공 후보는 딸이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에 취업한 것으로 알려져 '자녀 취업 특혜 의혹'도 받고 있다.
與 이상휘, '불법 다단계 업체' 근무 이력
여당도 도덕성 리스크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상휘 국민의힘 포항남·울릉 후보의 다단계 회사 근무 이력 때문이다. 이 후보는 불법 다단계 회사 '제이유네트워크'의 홍보책임자를 맡은 바 있다. 제이유네트워크는 회원수 35만명의 불법 다단계 회사다. 주수도 전 제이유그룹 회장은 2조원대 다단계 사기 사건을 일으켜 2007년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제이유네트워크 근무와 관련해 이상휘 예비후보는 "구직광고를 보고 입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3개월 직무수행 교육을 받고 업무배치 과정에서 이상함을 감지하고 퇴사했다"고 해명했다.
다단계 사기사건 변론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박은정 조국혁신당 후보의 배우자를 겨냥해 '다단계 사기 특별법' 발의를 예고한 여당이 정작 이 후보의 '불법 다단계 업체 근무 경력' 검증에는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박 후보는 총선 후보 등록을 하면서 최근 1년간 보유 재산이 41억원가량 늘어났다고 신고했는데, 배우자인 이 변호사가 검찰 퇴직 후 다단계 업체 변론을 맡아 거액을 수임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