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경상수지는 68억6000만 달러(약 9조2747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2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66억1000만 달러)는 지난해 4월 이후 11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12억5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1년 사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흑자 규모도 1월(30억5000만 달러)보다 커졌다.
수출(521억6000만 달러)은 지난해 2월보다 3%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나홀로 63% 증가했다. 2017년 12월(67.6%) 이후 최고치다. 지난달 큰 폭으로 늘었던 석유제품(-4.0%), 승용차(-8.2%)는 모두 감소했다. 승용차의 경우 2월 설 연휴로 영업 일수가 감소한 데다가 미래차 전환을 위한 생산시설 정비 영향에 따라 일시적으로 감소 전환한 것으로 한은은 평가했다.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수입↓···"유가 상승은 4월 반영 예상"
반대로 원유(0.9%) 수입은 늘었다. 다만 최근 배럴당 90달러까지 오른 국제 유가 상승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통상 유가는 국제수지에 1개월 시차를 두고 원유 도입 단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3월의 경우에도 원유 도입 단가는 전년 동월 대비 낮은 수준이었다"면서 "3월 들어 유가 상승세가 커진 만큼 4월 이후에는 원유 도입 단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상품수지와 달리 서비스수지는 17억7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다만 적자액은 1월(-26억6000만 달러)보다 줄었다. 서비스수지 가운데 여행수지 적자(-13억6000만 달러)가 전월(-14억7000만 달러)과 비교해 한 달 사이 다소 축소됐다. 지식재산권수지(-4000만 달러) 역시 특허·상표권 사용료 수입이 늘면서 1월(-5억20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이 줄었다.
운송수지의 경우 운송 지급이 줄어 1억9000만 달러 적자에서 1억8000만 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본원소득수지는 24억4000만 달러 흑자였다. 특히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 배당 수입이 증가하면서 배당소득수지 흑자 폭이 한 달 새 13억5000만 달러에서 18억2000만 달러로 커졌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2월 중 68억5000만 달러 늘어났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이차전지 업종을 중심으로 33억 달러 증가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7억1000만 달러 감소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90억5000만 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주식 위주로 106억5000만 달러 각각 확대됐다.
송 부장은 "외국인 국내 증권투자의 경우 고성능 반도체 중심의 IT 경기 회복 기대가 반영됐고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견조한 경상수지···"3~5월 전망 수정될 수도"
송 부장은 "1∼2월 흐름만 보면 예상한 것보다 더 빠르게 국제수지가 개선되고 있다"면서 "경상수출은 3월에도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상수지 흑자 확대를 반도체가 견인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전방산업인 서버, 모바일, PC, AI 데이터 관련 수요가 견조하게 지속되고 메모리 가격이 상승한 만큼 경상수지의 '상반기 흑자폭 지속, 하반기 흑자폭 확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국제 유가 상승과 3~5월 국내기업 해외 배당 지급 등 경상수지를 낮추는 요인들이 존재해 경상수지 전망 조정 가능성도 있다. 송 부장은 "최근 흐름을 반영해 다음 달 경상수지 전망에 대해 조정이 있을 수 있다"면서 "4월 국내기업 해외 배당 지급이 가장 많은데 경상수지를 낮추는 대표적 요인으로 3~5월 계절적 흐름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