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민법 1003조 1항 중 '배우자'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A씨는 2007년부터 11년간 사실혼 배우자인 B씨와 함께 살다가 2018년 갑자기 사별했다. 이후 그는 법원에서도 사실혼 관계를 인정받았다.
민법 1003조는 배우자가 망인의 부모나 자녀(직계존·비속)와 같은 수준으로 상속권을 갖고, 법에서 정한 비율만큼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 등 상속인이 없으면 배우자는 단독상속인이 된다.
A씨는 법정상속인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실혼 배우자에 대해 상속권과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했다.
헌재는 10년 전인 2014년 사실혼 배우자에 대해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선례를 이번 사건에서도 적용해 합헌으로 결정했다.
당시 헌재는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속과 같은 법률관계에서는 사실혼을 법률혼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으므로 상속권 조항이 사실혼 배우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실혼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통해 상속권을 가질 수 있고, 상속인에 해당하는지를 객관적인 기준으로 파악해 분쟁을 방지할 필요도 있다는 점도 이유로 제시했다.
A씨는 한쪽이 사망하면서 혼인 관계가 종료되면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입법하지 않은 것(부작위)도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입법자는 이혼과 같이 쌍방 생존 중 혼인이 해소됐을 때의 재산분할 제도만을 재산분할청구권 조항의 입법 사항으로 했다"며 A씨 측 청구가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보고 각하했다.
다만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적법한 청구로서 헌재가 판단을 내려야 하고, 사실혼 관계에서 일방이 사망했을 때 배우자에 대해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현재 법체계와 재산분할 제도하에서는 사실혼 부부가 협력해 이룬 재산이 그 형성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은 상속인에게 모두 귀속되는 등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며 "입법 형성에 관한 한계를 일탈해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