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석구는 자신의 기사가 '오보'가 되도록 조작되었다는 걸 알고 판을 뒤집으려는 사회부 기자 '임상진'을 연기했다. 관객들의 시선이자 이야기의 중심에 서는 역할이다. 손석구는 관객들의 '시선'이 되어 함께 혼란을 느끼고 갈등한다. 과하거나 모자람 없이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영화 출연의 가장 큰 이유는 안국진 감독님이었어요. 안 감독님을 굉장히 좋아했고 궁금해하고 있었어요. 데뷔작인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고 사회적인 문제를 독특하게 다룬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손석구는 안 감독이 '상상'과는 달랐다고 말했다.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고 막연히 그가 날카롭고 비판적일 거라 짐작했었다고 털어놨다.
다정하고 유한 안 감독이지만 연출에 있어서는 철두철미했다. 손석구는 안 감독의 '디테일' 덕분에 안심하고 촬영을 할 수 있었다는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저는 감독님이 강박적일 정도로 디테일을 신경 쓰고 집착한다는 점을 좋아해요. 배우의 연기는 현장에서 'OK' 아님 'NG'잖아요. 확신이 서기 어려울 때가 있어도 감독님이 'OK' 했다고 하면 다 이유가 있겠거니 했어요. 감독님 덕분에 의심 없이 작업 할 수 있었습니다."
극 중 '임상진'과 '팀알렙'의 세계는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 특히 '임상진'은 현실에 발붙인 캐릭터로서 극 중 어떤 이들보다 현실적으로 묘사된다. 언론 시사회를 마치고 모인 기자들끼리 "노트북조차 고증이다" "사무실 구조가 우리 편집국이랑 닮았다"며 디테일에 관해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기자 역할에 관해) 따로 공부하거나 배운 건 없었어요. 제가 아는 90%의 정보는 안 감독님이 미리 취재하신 것에서 따온 거예요. 감독님께서 굉장히 치열하게 취재하셨으니 적어도 '댓글부대' 안에서는 틀린 정보는 없어요. 일부러 기자처럼 보이려고 특정인의 말투나 행동을 가려오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직업적 특성상 커리어를 쌓으려고 하는 과정이나 목표 같은 건 있을 수 있고 그걸 실현하는 과정은 여느 직업과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만약 제가 대중에게 처음 보이는 배우였다면 그런 점들을 따라 하려고 해보았겠지만 제가 기자의 전형성을 연기한다고 해서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느껴지지도 않을 거라고 보았어요. 감독님의 이야기와 업계 종사자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큐멘터리를 보는 정도로 정리했죠. 그 과정을 겪으면서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라는 결론이 들었을 뿐이에요. 하하."
손석구의 '결론'은 영화의 오프닝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오프닝에 등장하는 내레이션을 두고 "방송 기자의 보도 형식으로 만든 버전도 있었다"며 다양한 도전과 시도 끝에 정보 전달이 쉬운 쪽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오프닝에 대한 고민이 많았죠. 기자니까 완전히 보도 형식으로 하기도 하고 사회고발 다큐에 나올 법한 톤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아는 친구에게 담소 나누듯이 해보기도 하고 혼돈에 빠져서 읊조리기도 해봤죠. 그러다가 어떤 콘셉트가 너무 강해지면 맛이 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무색무취일 수 있겠지만 정보전달이 잘 되는 식으로 가자고 정리가 되었고 그런 방식을 택한 거죠."
손석구는 원작 소설과 영화의 공통점과 차별점을 언급하며 작품에 대한 해석을 설명하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원작 소설도 읽어보았어요. 두 작품이 굉장히 다르지만, 결과적으로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선했어요. 원작은 주인공도 엔딩도 다르잖아요.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소설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영화의 메시지가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특이하다'고 생각되었어요. 원작의 이야기를 많이 차용하더라도 다른 메시지가 되는 작품이 더 많잖아요. '댓글 부대' 같은 경우가 드물다고 보는 거죠."
그러면서 상업영화로서의 한계와 결말에 관한 자신만의 생각을 덧붙였다.
"상업영화로서 나올 수 있는 표현에 한계가 분명히 있고요. 그럼에도 주제를 같이 가져가는 게 스마트하다는 싶은 거죠. 원작이 주는 사회비판적인 내용이 영화에서도 유효하다고 보고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고 생각해요."
손석구는 현실을 기반으로 한 사회 고발적인 작품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런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고 사랑 받길 바라요. 제가 이 영화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기도 하고요. 영화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현 사태를 다루고 있잖아요. 먼 미래나 아주 먼 과거를 다루는 게 아니니까요. '대중 문화'가 가져야 할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또 그 정의는 관객이 하는 거라고 보고 있고요. 또 관객들이 두 시간을 투자하여 (작품을) 보는 건데 단순히 '재밌다'에서 끝날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정치적이나 사회적인 기능을 하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좋은 작가의 글이란 사회적인 주제가 담겨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런 게 많이 나와줘야 한다고 봐요. 그런 것에 일조하고 싶고요."
사회 고발적인 작품에 대한 열망이 캐릭터로 이어지는 걸까? 그의 필모그래피 속 캐릭터들을 떠올리니 하나같이 어딘지 모르게 삐딱하고 규범을 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인물처럼 느껴졌다.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제가 그런 캐릭터에 끌린다기보다는 감독님들이 저를 그렇게 보는 거 같아요. 다만 '제가 하고 싶은 캐릭터'와 '남이 나를 쓰고 싶어 하는 캐릭터'가 있다고 한다면 저는 후자를 선택해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확실한 사람이 저를 필요로 하는 쪽이 훨씬 끌리는 거죠. 작품이 잉태될 때는 작가와 감독이 먼저고 배우는 현장에서 뛰는 선수라고 생각하거든요. 정해진 작전을 따라야죠."
쉬지 않고 달렸다. 2022년 영화 '범죄도시2',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디즈니+ 시리즈 '카지노'까지 쉬지 않고 달렸으며 올해는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과 영화 '댓글부대'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다. "치열하고 열심히 작업했다"고 털어놓은 그는 앞으로는 조금 가볍고 편안한 작품으로 대중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제가 코미디 장르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가벼운 성격의 코미디를 좋아해요. 그런 장르를 보여드리면 어떨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