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가계대출이 11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부동산 거래까지 부진한 영향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금리 인상을 통한 대출 관리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락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28일 현재 693조6834억원으로 집계됐다. 2월 말(695조7922억원)보다 2조1088억원 줄어든 수치다. 월말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할 때 2023년 4월(-3조2971억원) 이후 11개월 만에 첫 감소(전월 대비) 기록이 확실시된다.
대출 종류별로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536조307억원)이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1조657억원 줄어들었다. 신용대출(103조497억원)은 6354억원 줄어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가계대출은 당분간 현 상황을 유지하거나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5대 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2% 안팎에서 묶겠다고 금융당국에 보고한 바 있다. 여기에 당국이 최근 5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NH농협), 3대 인터넷전문은행(카카오·케이·토스) 재무 담당 임원들과 가계대출 관련 회의를 열어 주담대 경쟁을 자제하고 연간 대출량 관리를 강화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고, 하반기 중 주택시장 회복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며 가계대출 특별관리를 시사했다.
각 은행은 금리를 미세조정하는 방식으로 가계대출을 관리하고 있다. 대환대출 수혜 등으로 가계대출이 1% 넘게 불어난 신한은행은 1일부터 우대금리 폭 조정을 통해 주담대·전세대출 금리를 상품별로 0.04∼0.30%포인트 인상할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2월 말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인상했으며 국민은행은 두 차례에 걸쳐 올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 등 규제 효과보다는 고금리 기조 지속,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시장 상황이 가계대출에 더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를 계속 압박하는 상황이라 당분간 주담대는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