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종식 이후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전 세계 유명 관광지에서 자연 보전을 위해 관광세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휴양 섬 제주도 역시 같은 이유로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30년째 표류해온 제도인 만큼 이 제도가 올해는 국회 문턱을 통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 세계 유명 관광지 관광세 부과 '속도'
관광세는 환경과 자연유산 보호, 거주민 불편 해소 등을 위해 수년 전부터 일부 유럽 국가와 몰디브, 뉴질랜드 등에서 추진해온 제도다. 엔데믹 후 급증한 관광객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일부 관광국이 관광세 도입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인도네시아 발리, 스페인 발렌시아 등지에서 관광세를 새롭게 도입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오는 4월부터 1인당 5유로(약 7000원)를 추징하며, 미국 하와이 주정부에서도 1인당 25달러(약 3만4000원) 수준의 관광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유명 관광지 발리섬은 엔데믹 이후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자, 해결책으로 '관광세' 도입 카드를 빼들었다. 지난 2월 14일부터 발리를 찾는 관광객들은 1인당 15만 루피아(약 1만3000원)를 낸다.
스페인 발렌시아는 숙박시설 유형에 따라 1인당 0.5~2유로를 최대 7일간 징수한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입국시 관광세를 받거나 숙박비에 관광세를 추징하는 식이다.
◆제주도 '환경보전분담금' 두고 여론 싸늘
국내 대표 관광지로 손꼽히는 제주도 역시 '환경보전분담금'이라는 명목의 관광세 도입을 논의 중이다. 입도객들에게 1인당 1만원 수준의 환경보전분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급증하는 관광객으로 생활폐기물과 하수 발생량이 증가해 환경보전·관리 비용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도는 제주환경보전분담금 실행방안 마련 용역보고서를 이달 중 발표하고, 제22대 국회가 출범하면 이를 입법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도입조차 되지 못한 채 30년째 표류 중이다. 거센 반대 여론을 잠재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국내 다른 지역 여행 시 관광세를 걷지 않는데 제주도 여행 시에만 관광세를 납부하는 것은 이동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
환경부 역시 제주도에 환경보전분담금을 신설하면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국내 여행업계 역시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 내 관광 물가가 매년 치솟는 상황에서 분담금까지 도입하면 여행 부담이 커진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오히려 관광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 의견이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의 소비지출 조사 결과, 1인당 평균지출 비용은 2020년 50만6344원에서 2021년 60만626원, 2022년 66만1371원으로 지속 증가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비싼 제주도 물가 때문에 내국인들이 제주도 관광을 기피하고 있는데 제주도가 환경보전분담금을 받게 되면 해외로 발길을 돌리는 관광객들이 더 늘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해 제주 여행객 시장 점유율은 내국인 94.7%로, 전년 대비 8.3%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