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선 보통 보수·진보 진영이 '콘크리트 지지층'을 각각 30%씩 껴안고 있는 걸로 봅니다. 즉, 여야가 아무리 못 하고 있어도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이는 국민이 각 정당에 30%씩은 있다는 겁니다.
30%대 박스권에 갇힌 여야 지지율
실제로 여론조사에서 당정이나 민주당 지지율이 30%를 밑도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30%를 밑돌거나 30%대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정치가 나머지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4.7%, 휴대전화 가상번호 이용 전화면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36%, 국민의힘 지지율은 37%, 민주당은 32%에 그쳤습니다. 직전 조사에선 윤 대통령 지지율은 39%,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각각 37%와 31%를 기록했습니다. 여전히 30%대라는 콘크리트 지지층에 갇혀 있었던 셈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보통 한 쪽이 잘못하면 다른 쪽은 상대적으로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지지율 상승이라는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전혀 그렇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정권심판' 외치는 野…당내 악재는 어쩌나
민주당은 이번 4·10 총선의 캐치프레이즈로 '정권심판론'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해병대원 사망사고 및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 △이종섭 전 국방장관 해외 출국 등 정부의 수많은 실정들을 보면 전혀 설득력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뿐만 아니라 '비명횡사 친명횡재'로 불리는 공천 파동 역시 국민들의 투표를 망설이게 하는 불안 요소입니다. 비이재명(비명)계는 공천을 못 받고 친이재명(친명)계는 대체로 공천을 받았다는 논란입니다. 지난해 4월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소방관 국회의원' 오영환 의원은 지난 17일 "민주당의 당내 민주주의는 무너졌다"며 탈당했습니다.
오 의원 외에도 당내 하위 20% 통보를 받은 비명계 설훈, 홍문표, 김영주, 박영순, 전혜숙 의원 등은 민주당을 떠났습니다. 전 의원은 지난 11일 당을 떠나며 "비명은 척결 대상일 뿐이었다"는 쓴소리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탈당한 의원들 일부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새로운미래에 새 둥지를 틀었고, 일부는 무소속으로 남았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4·10 총선. 결국 이번 선거도 '누가 더 잘했냐'가 아니라 '누가 덜 못했냐'를 따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당정과 야당은 '내가 잘했다'고 자랑하기보다 '쟤들이 우리보다 못했다'고 손가락질하기 바쁩니다. 이렇게 해서 의석 과반을 얻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결국 상대 진영과 국민으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정치는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만 낳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