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동맹이 재구축되는 가운데, HMM이 속한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계 1위 해운사 MSC와의 동맹이 필수라는 분석이 나왔다.
홍해의 지정학적 위험요소가 해소되면 글로벌 해운동맹이 노선 확대를 위한 가격 경쟁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 나오는데, HMM의 입장에서는 해운동맹 경쟁력 약화가 대규모 장기계약 해지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7일 미국 컨설팅업체 알릭스 파트너스(Alix Partners)의 2024년 컨테이너 운송 보고서에 따르면 디 얼라이언스는 동맹 내 최대 해운사인 독일 하팍로이드(Hapag-Lloyd)의 내년 1월 탈퇴를 앞두고 전략 전환 또는 MSC와의 VSA(선복공유)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하팍로이드가 떠나는 디 얼라이언스는 대만 양밍, 일본 오엔이(ONE), 한국 HMM 3개의 선사로 구성된다. 선복량은 기존 약 480만TEU(1TEU는 컨테이너 한 개 분량)에서 280만TEU로 축소된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가격경쟁이 가능한 최소 선복량은 400만TEU로 현재 상황이라면 내년부터 디 얼라이언스는 머스크-하팍로이드 동맹, 오션얼라이언스(코스코, 에버그린, CMA-CGM)와의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신규 동맹으로 대만의 해운사 완하이(WAN HAI)가 유력하게 언급되지만 완화이의 선복량 역시 50만TEU 수준이라 해운동맹 경쟁을 위한 몸집 키우기에는 한참 모자란다.
알릭스 파트너스에 따르면 디 얼라이언스는 특히 아시아-유럽 노선에서 다른 동맹과 비교해 열위에 있는데, 가격경쟁이 본격화하면 다수의 장기계약을 빼앗길 가능성이 점쳐진다.
결과적으로는 디 얼라이언스가 특정 노선을 상대로 한 스폿계약 중심의 해운동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폿계약은 운임 상승기에는 가격을 즉시 반영하면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불황기에는 물동량 하락과 수익성 악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장기계약은 운임 상승 시기에 개선된 수익성 반영은 힘들지만 안정적인 해운사 운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의 경우 현재 운용노선의 약 70%가 장기계약이다. 디 얼라이언스의 경쟁력 약화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대호황을 지난 해운업계는 홍해 리스크가 종료됨에 따라 최대 10년에 달하는 장기 불황을 예상하고 있다. 이 기간 거대 해운동맹에게 장기계약을 뺏긴다면 HMM의 타격이 적잖을 전망이다.
또 HMM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럽에 취항하는 컨테이너선사인데, 하팍로이드 탈퇴와 함께 유럽향 계약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이에 대한 대안이 선복량 561만TEU의 MSC와 동맹이다. 머스크와의 결별로 동맹이 사라진 MSC를 디 얼라이언스에 영입하거나 최소한 VSA는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션얼라이언스 역시 MSC와 머스크의 결별을 계기로 동맹을 2032년까지 연장한다고 밝힌 상황이라 선복량 400만TEU 확보를 위해 영입가능한 선사는 사실상 MSC가 유일하다.
이미 양밍, 오엔이 등이 MSC와의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동맹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다.
디 얼라이언스가 MSC와 비교해 우위에 있는 노선은 아시아-호주 노선이다. 하지만 MSC는 이미 해당 노선에서 세계 10위 해운사 짐 라인(Zim Line)과 VSA를 맺고 있어 디 얼라이언스가 필요치 않다는 분석이다.
HMM 역시 마땅한 대안은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디 얼라이언스 내 일부 선사들은 내부적으로 스폿계약 중심의 선사 운영까지 검토 중이지만, HMM은 민영화 현안 등으로 미래 계획 수립이 수월치 않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언제 매각이 재추진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의 눈치를 보면서 전사적 차원의 전략 전환도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HMM 측은 디 얼라이언스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지금의 상황이라면 내년부터 HMM의 경쟁력 저하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