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 제재가 조선·해운업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노조가 조선·해운업계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 조사할 것을 요청한 가운데, 미 대선을 앞두고 친노조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에 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USW 데이비드 맥콜 회장은 "중국이 조선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약탈적 무역 관행에 가담하는 등 세계 무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청원서 제출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청원은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행위로 미국 기업 등이 피해를 본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미국의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이뤄졌다. 무역법 301조는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중국산 제품 수천 개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당시 적용됐던 법안이다.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청원서 접수 사실을 알리면서 "우리는 (중국이) 철강, 알루미늄, 태양열, 배터리, 주요 광물 등 여러 부문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미국 근로자와 기업에 피해를 입히고, 실제로 우리 공급망에 위험을 초래하는 걸 목격해왔다”면서 청원서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USTR은 청원서 검토를 통해 45일 내로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현재 노조는 미 항구에 정박하는 중국산 선박에 대해 고액의 항만시설 사용료를 부과하고, 미국 조선업 지원을 위한 기금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노조의 조사 요청을 거절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지지층인 노조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조사가 본격화할 경우 미·중 무역 갈등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조사가 시행되면 미·중 관계에 더 많은 긴장을 야기할 것"이라며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이후 나타난 안정 국면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정부 지원을 발판 삼아 세계 조선업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전 세계 상업용 선박의 약 50%(톤수 기준)를 생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