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최근 열풍인 인공지능(AI) 개발의 핵심 구성요소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를 맞추고자 첨단 반도체 패키징(후공정) 개선에 10억 달러(약 1조3316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현지시간) 전했다.
AI 메모리 반도체 중 핵심으로 평가받는 HBM 시장에서 선두를 지키고자 내린 방침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기술 개발로 반도체 전력 소비를 줄이고 성능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강욱 SK하이닉스 부사장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반도체 산업의 첫 50년은 칩 자체의 설계와 제조에 관한 것이었지만 앞으로 50년은 후공정, 즉 패키징이 전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패키징 경쟁에서 앞서간 기업은 업계 최고 위치에 설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표준 설정 AI 가속기에 HBM을 공급하는 회사로 선정돼 기업가치가 119조원까지 치솟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초부터 주가가 거의 120%나 급등해 국내 증시 시가총액 2위 기업이 됐다.
이 분야 기술로는 삼성과 미국 경쟁사 마이크론을 제쳤다. 산지브 라나 CLSA증권 코리아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 경영진은 이 산업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관해 더 나은 통찰력이 있었고 잘 준비됐다"며 "기회가 왔을 때 이를 잘 잡은 반면 삼성은 낮잠을 잤다"고 논평했다.
이 부사장이 공들여 개척한 3세대 기술 HBM2E 패키징은 SK하이닉스가 2019년 말 엔비디아 고객사로 선정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신규 투자 대부분을 기술 발전에 쏟아부은 결과, 실리콘층 사이에 액체 물질을 주입하고 굳히는 'MR-SUF'라는 새 패키징 방식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 방식은 열을 막고 생산 수율 향상에 유리하다.
경쟁업체들의 추격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26일 12개 층을 쌓는 D램 반도체와 업계 최대 용량인 36GB의 5세대 기술 HBM3E를 개발했다고 밝혔고, 마이크론은 엔비디아 제품에 포함될 24GB 8단 HBM3E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