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셀럽(셀러브리티·유명인) 및 돈줄 확보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부동층이 미국 대선 판세를 좌우할 요인으로 부상하자,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유명인의 공개 지지가 절실해진 것이다. 본선 경쟁이 조기 점화하면서, 장기전을 위한 실탄 마련 역시 변수가 됐다.
트럼프 “수많은 셀럽이 지지” 허풍...바이든, 스위프트·미셸 절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열린 ‘슈퍼 화요일’ 승리 연설에서 “(이 자리에) 셀러브리티들이 너무 많아서 소개할 수 없을 정도”라며 “지금 이곳에는 내 앞에 서 있는 이들처럼 놀랍고 재능 있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고 외쳤다.그러나 그곳에 자리했던 연예인은 트럼프 지지자로 유명한 래퍼 포르기아토 블로우가 유일했다. 외신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인기를 과시하고 부동층을 흡수하기 위해 허풍을 떨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내 유일한 경쟁자로 남아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경선 중도 포기를 선언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손쉽게 대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층인 중도보수 유권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향할지는 미지수다. 헤일리 전 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일부 헤일리 지지 단체는 반트럼프 활동을 펼치고 있다. 프라이머리 피벗이란 헤일리 지지 단체는 이름을 ‘헤일리 보터스 포 바이든’으로 바꾸고 친(親)바이든 운동을 선언했을 정도다.
스위프트는 소득과 인종, 정치 성향 모두를 초월한 사랑을 받기 때문에 그가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지난해 9월 그가 유권자 등록을 촉구하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자, 단 하루 만에 3만5000명이 유권자로 등록했을 정도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40세 이하 유권자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비중은 40%에 달했다. 선거판에서 40세 이하 유권자를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스위프트의 힘은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던 스위프트는 이번 대선에서는 아직 공개 지지에 나서지 않고 있다.
실제 2008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열린 민주당 경선에서는 유명 MC 오프라 윈프리의 지지로 버락 오바마가 약 100만 표를 더 얻으면서 힐러리 클린턴을 제쳤다는 연구가 있는 등 유명인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아울러 바이든 선거 캠프는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을 선거 유세에 적극 활용하는 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오바마 여사는 젊은 층 및 유색인종 유권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수 키드락, 배우 앤젤리나 졸리의 아버지 존 보이트, 가수 카니예 웨스트 등 유명 연예인들의 지지를 확보한 상황이다. 그는 이들을 마러라고에 초대해 골프를 하는 등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본선 경쟁 조기 점화…돈줄 잡기 총력
대선을 8개월이나 앞둔 시점에서 본선 경쟁의 불이 붙자, 선거 자금 확보도 대선의 판세를 가를 변수로 떠오른다.특히 사법 리스크 부담을 안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전까지 내야 할 법적 지불금은 5억4000만 달러(약 7191억원)에 달한다. 1월 기준으로 트럼프 캠프가 보유한 현금은 3000만 달러(약 399억원)로, 바이든 선거 캠프의 현금 보유액(5600만 달러·약 745억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다국적 헤지펀드 시타델의 켄 그리핀 최고경영자(CEO) 등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고액 기부자 일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후원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그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후원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난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역시 SNS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아주 분명하게 말하지만, 나는 미국 대통령 후보 어느 쪽에도 돈을 기부하지 않는다"며 정치판과는 선을 그었다.
월가가 누구를 선택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2020년 대선 당시 월가 임원들은 바이든 대선 캠프에 7400만 달러(약 987억원) 이상을 기부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에 힘을 보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