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지대지 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의 러시아 본토 공격 제한을 해제한 데 이어 대인지뢰 공급을 승인했다. 퇴임을 2개월 앞둔 바이든이 자신의 정책을 잇따라 뒤집은 것으로, 러시아에 유리한 종전을 진행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강화에 나선 모양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 공급을 승인했다”고 두 명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 당국자는 WP에 “러시아는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병력을 계속 동원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을 타격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분명 손실을 보고 있으며, 더 많은 마을과 도시가 함락될 위기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2022년 6월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 대인지뢰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4년 시행된 미국의 ‘한반도 외 대인지뢰 사용 금지’ 정책은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20년 1월 폐지됐으나, 바이든이 다시 재시행했다.
WP에 따르면 미국은 2022년 기준으로 대략 300만개의 대인지뢰를 비축하고 있다. 이 지뢰는 2002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한 차례를 제외하고 1991년 걸프전 이후 사용되지 않았다.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는 최전선에 대인지뢰를 무분별하게 매설했다. 우크라이나도 대인지뢰를 사용할 방도를 찾아왔다. 바이든은 그동안 행정부 내부와 지뢰 반대론자들의 의견을 의식해 우크라이나에 지뢰 공급을 하지 않았다. WP는 “레임덕 상태인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단행하는 긴급 조치의 하나”라고 짚었다.
바이든이 되살렸던 정책을 뒤집은 것은 전쟁 상황이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가 취임 후 휴전에 개입하기 전에 한 치의 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양측의 공방이 치열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우크라이나 영토를 장악해 나가고 있다. 특히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지난 8월 공세로 뺏긴 자국 영토를 전부 탈환하기 위해 북한군을 포함한 5만명의 병력으로 대규모 공세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이뤄진 러시아의 공격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으며 지뢰 제공이 러시아의 공격을 늦추는 데 가장 도움이 될 조처라고 생각한다고 미 당국자들은 전했다. 에이태큼스를 동원한 러시아 본토 공격 허용 이유도 러시아가 전쟁에 북한군을 투입한 것에 대한 대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 우크라이나에 최소 2억7500만달러(3828억원) 상당의 신규 무기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