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더 빨리, 더 멀리 가는 'K-배터리' 신기술 총집합"...인터배터리 가보니

2024-03-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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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3사, 가격-효율-초격차 앞세운 배터리 기술 승부수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4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들을 둘러 보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4'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전방산업인 전기차 산업 둔화로 업황 부진에 빠진 배터리 업계가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효율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기술을 대거 선보이는가 하면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구체적인 양산 계획까지 공개했다. 

6일 글로벌 배터리 전시회로 거듭난 '인터배터리(InterBattery) 2024'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올해 12번째를 맞이하는 인터배터리 전시회에 역대 최대 규모인 579개 기업·기관들이 참여했다. 이날부터 3일간 코엑스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우리나라 배터리 3사를 포함해 미국, 일본, 중국, 독일, 캐나다 등 18개국의 정부‧기업들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현장에 있던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고객사 확보를 위해 현장 큐레이터도 전부 자사 직원으로 채웠고, 전시회 전문가를 따로 모셔가며 이번 행사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터배터리 행사는 중국 견제를 위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을 공식화하는 계기였다면 올해 중국 따라가기식 경쟁보다는 각사의 장기를 선보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비용은 줄이면서도 배터리 효율을 높이는 방식을 강조하며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중장기 성장을 위해 초격차 기술을 선보인 것이 특징이다. 
 

LG엔솔, 가격은 낮추고 효율은 높이고
인터배터리2024에 전시된LG에너지솔루션의 셀투팩 목업 [사진=김민우 기자]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4'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서 파우치형 CTP(셀투팩) 기술이 적용된 모형 제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국내 1위 배터리셀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 CTP(셀투팩) 기술을 최초로 공개했다. 실제 자동차의 하단 뼈대와 비슷하게 제작된 목업(mock-up)이 전시장 한가운데 들어서며 눈길을 끌었다.

셀투팩은 기존 배터리 구성에서 모듈 단계를 제거하고 팩에 직접 셀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배터리 무게와 비용은 줄이는 기술이다.

소재 다변화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신무기도 선보였다. 고전압에서 구동 가능한 미드니켈(NCM613) 소재를 적용한 노트북용 배터리 '미드니켈 퓨어 NCM(니켈·코발트·망간)'도 눈길을 끈 제품 중 하나다. 기존 리튬코발트산화물(LCO) 중심 노트북 배터리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으면서도 고전압 구동이 가능한 제품이다.
 

삼성SDI, 꿈의 배터리 양산 계획 공개…국내 업계 최초
인터배터리김민우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4'에 마련된 삼성SDI 부스 [사진=김민우 기자]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ABS)로 초격차 기술을 앞세웠다. 회사는 기존 각형 배터리보다 40% 정도 에너지 밀도를 높인 업계 최고 에너지밀도 'ℓ당 900Wh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계획 중이다. 음극재를 메탈 대신 리튬을 써서 양극 공간을 늘렸고 그 공간에 더 많은 양극재를 넣어서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현장에 있던 삼성SDI 관계자는 "동종사보다 가장 먼저 구체적인 양산 로드맵을 공개한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고객과 협의를 거쳐 A·B·C샘플을 제작해 제공하고, 2027년부터는 ABS 양산을 본격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샘플은 'A-B-C'로 구분되는데, 각각 시제품(A샘플)-엔지니어링 샘플링 단계(B샘플)-상용화 전 단계(C단계)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1단계로는 셀 대형화와 생산 공정 결정, 배터리 검증, 자재 생산 규모 확장을, 2단계로는 성능 개선과 양산라인 셋업, 팩·전기차(EV) 검증, 전고체 자재 대량 양산 등을 거칠 예정이다. 모든 과정은 작년 말 신설된 ABS사업화추진팀이 컨트롤타워를 맡아 총괄한다.
 

SK온, 기존보다 더 빨리 더 멀리

SK온은 '성능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스피드 온'을 주제로 부스를 구성하고 급속충전 시간을 줄인 어드밴스드 SF(Super Fast) 배터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어드밴스드 SF 배터리는 SK온이 2021년 선보인 기존 SF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는 9% 높이면서도 급속충전 시간은 유지한 제품이다.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18분 만에 충전이 가능하면서도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최장 501㎞ 수준으로 기존 제품보다 늘어났다.

SK온은 에너지저장치(ESS)에 들어가는 배터리 실물도 처음 선보였다. ESS 모듈을 연결한 차세대 DC블록 모형을 비롯해 국내 처음으로 북미 ESS 화재안전 인증을 받은 열 확산 방지 솔루션, 셀 간 온도차를 최소화하고 충·방전 효율을 높인 수냉 방식 등 ESS 화재 안전 기술도 함께 소개했다. 

현장에 있던 SK온 관계자는 "내년에는 ESS용 배터리 채택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  마련된 금양 부스 사진김혜란 기자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 마련된 금양 부스 [사진=김혜란 기자]


'배터리 신인' 금양 전시관에도 많은 관람객들이 모이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금양이 이번에 국내 최초로 개발한 '4695 배터리'의 실물을 보기 위해서다. 협력사인 중국 룽바이 관계자는 "테슬라보다 더 뛰어난 배터리를 만들었다고 해서 구경하러 왔다"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금양에 따르면 4695 원통형 배터리(지름 46㎜에 높이가 95㎜)는 현재 A 샘플 생산단계로 테슬라가 주로 사용하는 4680보다 생산성을 31%가량 높였다.

한편, 이번 행사를 주관한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세계 배터리 전시회 최초로 어워즈도 신설했다. 글로벌 유수의 IT 전시회인 CES의 혁신상을 벤치마킹하면서 글로벌 업체들의 신제품·신개발 독려에 나섰다는 평가다. 

협회는 배터리 업계가 고질적으로 겪고 있는 인력난에 대비해 국내 배터리 산업 최대 규모 채용 행사인 '배터리 잡페어 2024'도 개최했다. 배터리 3사를 포함해 총 39개사가 참여해 구직 멘토링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참여 기업은 전년 대비 158% 증가했고, 멘토링 사전 예약은 760건 이상으로 역대 최고 수요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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