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3000달러대로 소폭 반등했다. 재작년 급락했던 원화 가치가 회복된 데 따른 기저 효과로 20년 만에 대만에 뒤졌던 글로벌 순위도 다시 앞서게 됐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3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3745달러로 전년(3만2886달러)보다 2.6% 늘었다. 원화 기준으로는 4405만1000원으로 1년 전(4248만7000원)보다 3.7% 많았다.
경쟁국 대만도 다시 앞질렀다. 대만 통계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1인당 GNI는 3만3299달러로 집계됐다. 2022년에는 한국이 3만2780달러, 대만이 3만3624달러로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역전을 허용한 바 있다. 지난해 대만의 명목 GNI 증가율은 3.9%로 우리나라와 같았지만 달러 대비 대만달러 환율이 원화보다 더 약세를 보이며 환산 소득을 까먹었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지난해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1% 상승했지만 대만 환율은 4.5% 올라 약세가 심했다"며 "2022년에는 원·달러 환율이 12.9% 상승하는 등 원화가 약세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와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속보치와 같은 0.6%와 1.4%를 유지했다. 지난해 성장률 1.4%는 코로나 팬데믹 첫해인 2020년(-0.7%) 이후 3년 만에 최저치였다.
부문별 성장률은 일부 수정됐다. 4분기 건설투자(-4.5%)는 속보치보다 0.3%포인트 낮아진 반면 수출(3.5%)과 수입(1.4%)은 각각 0.9%포인트, 0.4%포인트 높아졌다. 설비투자(3.3%)도 0.3%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경제도 호재와 악재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최 부장은 "1분기 수출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지만 민간소비 회복세는 더딜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건설투자는 신규 착공 수주 감소, 투자 심리 위축 등으로 부진하겠지만 설비투자는 정보기술(IT) 경기 반등에 힘입어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