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신입행원 채용문이 예년보다 한 달가량 일찍 열렸다. 점포 축소와 희망퇴직 눈치보기 등으로 채용 여력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시중은행들이 앞장서 얼어붙은 취업시장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다만 비대면 영업 확대에 따른 인력 축소 움직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에 따라 최대 100명까지 공개채용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의 상반기 신입행원 공개채용은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실시되는 것이다. 디지털 등 핵심 역량을 보유한 인재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도 기업금융·개인금융·지역인재 등 3개 부문에 대해 약 180명 채용에 나선다. 다음 달 13일까지 채용서류 접수를 진행하고 1·2차 면접과 인성검사, 최종면접 등을 거쳐 오는 5월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이들 은행의 채용 규모는 최고 100여 명 줄어들었다. 지난해 상반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250명을 채용한 바 있다.
아직 채용 규모나 일정을 정하지 못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예년보다 소폭 줄어든 200명 안팎의 신입행원을 모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 채용 규모나 일정은 다음 달 중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은 일찌감치 올 상반기 공개채용을 마치고 본부부서와 전국 영업점으로 배치됐다. 530명 규모로 진행된 이번 채용은 일반분야, IT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평년 은행권에서는 3월말~4월초 채용공고를 내고 5~6월 서류 합격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한 뒤 6월 말 최종결과를 발표한다. 하지만 올해는 채용이 한 달 이상 먼저 시작됐다. 위축된 고용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미래 인재를 우선적으로 채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IT 인력 채용에 따른 공채 규모 축소가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 디지털과 ICT 등 전문인력은 보통 수시로 채용한다.
여기에 희망 퇴직자가 감소하면서 신규 인력을 뽑을 여력도 함께 줄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5대 은행에서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은 1868명으로 1년 전(2222명)보다 15.9%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업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상반기 채용을 한발 앞서 진행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과도한 인력 움직임이 힘든 상황에서 인재 채용을 위해 신입 행원을 선별적으로 뽑으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