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30년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6세대 이동통신(6G) 기술 패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을 비롯한 미 동맹국들과 6G 기술 표준을 논의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과 오일머니를 갖춘 중동이 기술·자본적으로 앞서는 상황에서 이를 추격하기 위한 미 동맹국 간 합종연횡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정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 현장에서 10개국이 공동으로 마련한 ‘6G 원칙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고 27일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6G 원칙은 여섯 가지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6G는 안전하고 복원력 있는 기술에 의해 국가 안보 보호 능력을 촉진해야 한다. 사이버 보안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 방식을 가지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기술로 통신에서 높은 보안 수준도 제공해야 한다.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합의에 기반한 의사 결정 절차를 통해 개발하고, 지속가능성·상호운용성·개방성·보안을 촉진하는 글로벌 표준을 기반으로 구축해야 한다.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에서 서로 다른 공급업체 제품 간 원활한 상호 운용이 가능하도록 국제 협력 원칙에 따라 정해진 표준(오픈랜)을 사용하고, 인공지능(AI)을 비롯한 혁신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성, 장비 복구와 재활용 가능성,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지원하고 향상된 통신권역 제공으로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데 일조한다. 마지막으로 안전하고 복원력 있는 공급망을 갖추고 글로벌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원칙을 세웠다.
통신업계에선 이번 공동선언문이 5.5G(차세대 5G)와 6G 분야에서 앞서고 있는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기업과 그 뒤에 있는 중국 정부를 견제하고자 미국 정부와 유럽 장비 기업이 연합해서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국가들은 동남아·남미 국가와 함께 화웨이 장비의 최대 고객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6G 원칙을 기반으로 한국이 6G 글로벌 표준을 주도할 수 있게 지속가능하고 개방적이며 보안성을 높인 6G 기술 연구·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첨단기술이 안보를 좌우하는 기술안보 융합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유지·강화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핵심·신흥기술 분야 규범 수립·발전에 있어 우리나라가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