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살아난 중국 춘절소비, 경제회복 전환점이 될까?

2024-02-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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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지난 춘절 연휴 소비가 살아나면서 올해 중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대내외 부진한 수출 여건 속에서 소비는 작년 GDP 성장(5.2%)의 82.3%를 기여할 만큼 중국 경제성장에 절대적이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1년이 지난 지금 더디지만 소비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중국 문화여유부 통계에 의하면, 춘절 법정공휴일(2월 10~17일) 내 중국 관광객 수가 4억7400만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34.3% 증가했고, 코로나 이전 2019년 대비 19% 증가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여행객 지출액도 약 6327억 위안(약 117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7.3%, 2019년 대비 7.7% 증가했다. 1인당 여행소비액을 보더라도 1335위안(약 25만원)으로 전년 대비 9.4%, 2019년 대비 7.8% 증가했고, 작년 국경절 연휴 1인당 평균 지출금액(912위안) 대비 확연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 배경에는 8(법정휴일)+1(유급휴가)의 총 9일간의 최장 연휴기간과 코로나 3년에 대한 여행보상심리, 지방정부 소비쿠폰발행 등이 합쳐지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 내수소비가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요식업·문화여가·여행관광업 등 서비스업은 회복세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지만, 내구소비재와 부동산에 대한 소비심리는 여전히 위축되어 있다. 부동산 가치하락과 주가폭락에 따른 가계자산 하락, 시장에 대한 3불 심리(불신·불안감·불확실성), 소득하락 요인으로 인해 경기부양 효과가 큰 자동차·가전·가구 등 내구재와 부동산에 대한 소비 회복은 아직 더딘 상태다.

중국인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하이난 면세점 매출액이다. 리오프닝 이후 기저효과로 작년 한 해 하이난 면세점 방문객 수가 약 516만6000만명으로 전년 대비 34% 늘었고, 판매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춘절 연휴기간 하이난 이도면세점(离岛免税, Offshore Island duty-free Shop) 구매액이 약 25억 위안(약 4612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고, 구매 인원수도 약 30만명으로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하이코우 및 산야시 정부가 발행한 3000만 위안(약 55억3500만원)의 면세소비쿠폰과 중복 사용가능한 할인쿠폰의 역할이 컸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전체 면세구매 금액은 늘었지만 1인당 평균 구매금액은 8358위안(약 155만원)으로 전년 대비 16%가량 감소했다. 소비쿠폰과 할인쿠폰으로 면세제품 구매는 늘어났지만, 실제 1인당 지출비용은 감소했다. 또한 유니언페이 데이터에 의하면, 춘절 연휴기간 일일 평균 결제건수가 26.3억건으로 전년 대비 18.6% 증가했고, 결제액도 1조2500억 위안(약 230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 증가했지만 2023년 증가폭 대비 소폭 둔화되었다. 점차 회복되는 단계지만 불안한 미래와 경제적 안정에 대한 우려·걱정으로 알뜰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중국 자동차 생산량(241만대)과 판매량(244만대)의 경우 기저효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51.2%와 47.9% 증가했지만, 전월 대비 각각 21.7%와 22.7% 하락하면서 소비확대 동력이 지속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부동산 소비의 경우 거래가 여전히 침체되어 있지만 1선·2선 도시를 중심으로 점차 회복되는 분위기는 감지된다. 올해 초 위안화 저축과 대출현황을 보더라도, 대출은 증가하는 추세이고, 저축률 증가 폭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작년 8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정책과 금리인하로 인해 시장이 조금씩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주택과 신규주택 간 여전히 부동산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춘절 연휴기간 주요 50대 도시 기존 주택거래량이 전년 대비 70%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25개 주요 대도시 일평균 신규주택 거래면적은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기저효과와 지방정부의 주택구매 보조금 정책 등을 감안하면 부동산 매수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부동산 소비가 일어나야 가구·가전 등 주변 산업으로 낙수효과가 일어나고, 그에 따른 부동산가격이 어느 정도 회복되어야 사람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민은행이 지난 20일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으로 평가되는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8개월 만에 기존의 연 4.20%에서 3.95%로 0.25% 포인트 최대폭으로 인하한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금리인하 효과는 최소 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일어나기 때문에 전체 중국소비를 단기간 내 부양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향후 중국 정책방향은 내구소비재 소비진작과 주식시장 부양책에 방점을 두고 내수시장을 키워나갈 가능성이 크다.

현 상황에서 단시일 내 중국인의 소비심리를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주식시장 부양을 통해 실물경제를 살리는 것 밖에 없다. 2023년 기준 중국 주식투자자 수가 약 2억2000만명으로 이들이 내수소비 확대에 가장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다. 자산가치의 약 60%를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고, 지난 1년간 주식시장까지 반토막 나고 불안심리가 더해지면서 그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 중국정부가 작년 하반기부터 지준율 인하·공매도 제한·증시안정기금 조성·대주주의 보호예수주식 대차거래 전면금지 등 증시부양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결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 수장까지 교체하며 시진핑 주석이 주식시장 상황을 직접 챙기는 단계에 이르렀다. 새로 부임한 우칭 (吴清) 증감위 주석은 상장기업과 국내외 투자기관과의 좌담회를 통해 ‘시장 참여자들의 제안, 비판을 잘 듣고 우려 사항을 바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랜 기간 증감위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우칭 주석의 등판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는 증감위 증권사 리스크처리 판공실 주임을 맡으며 31개 금융기관을 폐쇄시키는 등 증권계의 저승사자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2억명이 넘는 중국개미들이 주가하락의 원흉으로 보고 있는 무분별한 신주발행과 좀비기업들의 시장퇴출제도 미비의 문제점을 우칭 주석이 어떤 식으로 해결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개미들은 투자수요는 제한적인데 신주공급이 지속되니 주가가 하락하게 되고, ‘한번 상장은 영원한 상장기업이다’ 라는 관행을 타파하지 않으면 주가상승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현재 중국은 자산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실물경제가 살아날 수 없는 구조 속에 빠져 있다. 춘절 소비회복이 중국 경제성장의 전환점에 서 있는 만큼 올해는 본격적인 소비부양과 함께 자본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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